나선형 계단으로 연결된 지하전시장 입구에 두개골과 척추뼈,갈비뼈 등 인체의 X선 필름이 얼기설기 설치돼 있다. 현대미술 작가 김영진(54)씨가 자신의 몸을 찍은 작품들이다. 전시장 안엔 미이라처럼 마른 인체들이 벽면을 따라 뻣뻣하게 누워있다. 전시장 가운데에는 사람이 앉았던 자국이 있는 방석들이 흩어져 있다. 작가는 무엇을 표현한 것일까? 치열했던 삶과 그 뒤에 찾아오는 죽음….
병을 얻어 경주 남산 인근으로 옮겨 생활하다 최근 기력을 회복한 김영진씨가 10여년만에 작품전을 열고 있다. 시공갤러리(053-426-6007) 3층 전체를 사용하는 대형전시회. 이전부터 추구해온 '인체' 설치작품들을 내놓고 관람객들과 '몸'에 대한 담론을 나누고자 하는 것이 작가의 의도이다.
1층 전시장엔 불상의 머리들이 나동그라져 있고 벽면엔 작가가 사는 마을 주민들의 얼굴을 석고로 뜬 네가티브 마스크 150여점이 걸려있다. 잘려진 불상 머리는 상처와 파편을 암시하고, 마스크들은 각도에 따라 다양한 표정으로 관람객들을 맞는다. 2층 전시장엔 이슬람교도들처럼 온 몸을 엎드려 기원하는 인체들이 빼곡이 들어차있다.
병을 통해 몸에 대한 관심이 더욱 커졌다는 김씨는 "사람의 몸이 가지는 의미, 느낌 등을 작품에 담았다"고 말했다.
김지석기자 jiseo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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