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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추-졸업 20주년 사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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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전에, 아주 오래 전에 재직했던 경북 북부 지방 어느 고등학교 졸업생들로부터 졸업 20주년 동기회 겸 사은회라는 모임에 초대를 받고 다녀 온 적이 있다. 고등학교 졸업 후 20년이라면 이제 40대의 문턱에서 사회 중견으로서의 지위나 역할을 굳힌 나이이며 또한 접어두었던 학창 시절의 추억이 책갈피에 손이 갈 시기이기도 하다.

이런 연령의 졸업생들과의 대화 속에는 기억에 뚜렷한 사건성 화제도 많지만 한편 도저히 기억에 떠올릴 수 없는 미세한 것들도 있고 당시에는 내가 전혀 알지 못했던 공공연한 비밀도 포함되어 있는 것을 알고 놀라곤 한다. 따라서 학생들과의 말 한마디, 행동 하나, 버릇 한 가지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 새삼 깨닫게 된다.막상 오랜만에 만난 자리에서야 대체로 흐뭇하고 좋은 기억을 되새기기 마련이며 설령 나쁜 기억일지라도 세월의 강에 씻기어 탈색되지 않는 얼룩은 없기에 모두 아름답게 바뀌고 만다. 그러나 만나지 못한 대다수의 경우는 꼭 그렇다고 할 수없다. 나로 인해 서운함을 느꼈거나 때로는 많고 적고 간에 상처를 받은 학생들이 왜 없었겠는가. 특히 학교 생활에 적응하기 힘들었던 학생들에게는 더욱 그럴 개연성이 있다.

이런 이유로 나는 모범생보다 부적응생들의 졸업 후 생활에 대해 관심이 더 많이 간다. 달갑지 않은 시선을 받은 채 학교를 나갔을 그들, 지도 과정에서 때론 인간적 감정이 섞인 심한 말을 듣기도 했으리라. 그러기에 졸업 후 그들이 가슴을 펴고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는 소식을 듣거나, 만났을 때가 가장 기쁘다.

교직의 연륜이 쌓여 갈수록 오히려 '교육'이란 말을 함부로 입에 올리기가 어렵다. 어쩌면 두렵기까지 하다. 그리고 '스승'의 위치에서만 일컬을 수 잇는 '제자'라는 말이 아직도 잘 나오지 않는다. 일찍이 한유(韓愈)는 스승이란 '도를 전하고 업을 주고 의혹을 풀어주는 사람'이라고 했다. 그러나 지금 돌이켜보면 그 어느 하나도 제대로 해 온 것 같지가 않다. 학교 생활을 마감하는 날 후회를 덜하기 위해서, 아니 '제자'라는 말을 자신있게 하기 위해 '지금부터라도'하고 다짐해 본다경주 아화중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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