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기업체 간부인 A씨는 부하직원들이 결재판을 직접 들고와서 도장을 받아가던 그시절이 그립다. 수년전만해도 아랫사람들이 결재를 받기 위해 문앞에서 차례로 기다리고, 복도에서 마주치면 결재를 받으러 올 것인지 아닌지를 알아차릴 정도였는데 요즘은 영 그게 아니다. 언제 전자문서결재가 올라올지 몰라서 하루종일 컴퓨터 앞에 붙어있으려니 컴퓨터에 매여사는 것 같아서 괴롭다. 며칠씩 출장이라도 다녀올라치면 외부에서 사내 컴퓨터에 접속해서 결재하는 방법에 익숙치 않아서 결재거리가 산더미처럼 쌓여있기도 하다.
그러나 지역의 B 사무관은 이와 정반대의 불만을 갖고 있다. 정보화시대이니만큼 누구든지 전자문서결재를 좀 올려주기를 바라는데, 전자결재가 올라오지 않고 있어 온라인 결재에 목말라하고 있다. 대부분 동료 후배들이 서류판을 들고 기안서에 도장을 받으러 다니는 모습을 보면 신속한 문서 유통과 행정의 생산성 제고가 언제나 이뤄질지 답답하기만 하다.
이처럼 이미 수년전부터 선보이기 시작한 전자문서결재가 실생활이나 기업체, 공공기관에서 활용되는 양상은 천차만별이다.
A간부의 경우, 컴퓨터에 대한 이해부족으로 회사에서 정책적으로 도입한 디지털결재문화에 적응이 잘 안되는 케이스. 대개 컴퓨터결재의 경우 결재가 들어오면 특정한 신호를 보내주는데, 그것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해서 하루종일 컴퓨터에 종속되는 우를 범하고 있는 것.
현재 지역에서는 광역, 기초자치단체를 포함해서 기업체, 공기업체 등에서 전자문서결재를 택하고 있다. 고령군의 경우 비교적 취약한 군세에 비해서 전자결재를 잘 활용하는 곳으로 꼽히고 있으며, 대구시의 '2000년 정보화 추진계획'에는 올해 8억5천만원을 들여서 전자문서시스템을 구축하고, 사용자 교육및 실제 운영하도록 돼있다. 기업체 가운데서는 화성산업(주)동아백화점에서 기업외부에서도 가능한 전자결재방식을 도입했다.
국내에서 가장 먼저 사내 문서의 전자결재방식을 택한 기업체 가운데 하나인 엘지 EDS의 경우 시스템을 구축하고, 사원교육을 끝낸 뒤 경과기간을 비교적 짧게 잡고, 무조건 전자결재만 허용하는 최고경영자의 강력한 정보화 마인드로 전사원이 비교적 단시일에 전자결재에 익숙해진 기업체로 손꼽힌다. 전자결재를 통한 신속한 의사결정과 사내정보의 공유가 생산성 향상과 투명한 기업문화를 이룩하는 데 결정적으로 기여했음은 물론이다.
"우리나라는 정보화라고 그러면 무조건 최고급 사양의 컴퓨터를 갖추면서 하드웨어를 구축하는 데 역점을 두고, 실제로 그를 활용하기위한 소프트웨어 개발이나 생활화에는 소홀해지는 경향이 강하다"는 임우택 이노뱅크대표는 "일단 전자결재 시스템의 정착여부는 최고경영자의 정보화 마인드에 달려있다"고 말한다.
최미화기자 magohalmi@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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