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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천6백만원 가진 걸인 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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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인의 상의 안에서 쏟아져 나온 현찰 1천630만원.

13일 오후 대구 중부경찰서 형사계. 한 걸인의 유치장 구속 수감을 앞두고 소지품 검사를 하던 형사는 불룩한 윗옷 안쪽이 수상해 소매 솔기를 뜯어내는 순간 '시퍼렇게' 쏟아져 나오는 1만원짜리 지폐를 보고 벌린 입을 다물지 못했다. 지폐들은 너무 오랫동안 실로 꿰맨 '비밀금고'속에 있었던 듯 고약한 냄새까지 풍겼다. 이 '현찰 갑부' 걸인은 물론 사는 곳이 일정하지 않은 임모(52)씨. 그는 지난 12일 대구 중구 태평로1가 번개시장에서 구걸을 하다 1천원을 주며 내쫓는 상인 김모(55)씨를 돌멩이로 때리고 흉기로 찔러 4주 치료의 상처를 입힌 혐의로 붙잡혀 왔다.

경북 영양이 고향인 임씨는 초등학교를 졸업한 뒤 집에서 농사일을 돕다 30년전부터 경남.북과 대구지역 시장을 돌며 구걸을 해왔다는 것. 미혼인 임씨는 "객지로 나온 뒤 1, 2년 동안 막노동을 해봤지만 벌이가 시원찮아 구걸을 시작했다"며 "사람이 많이 모인 장소에서 넙죽 큰절로 구걸하면 하루 12만원을 벌 때도 있었다"고 말했다.

임씨는 "2년전부터 다른 사람 신세를 지지 않고 식당을 차리려고 돈을 모았다"며 "주민등록증이 없어 은행에 예금을 못했다"고 말했다.

임씨는 하루 2만~10만원씩 모은 동전과 지폐를 가게에서 만원짜리로 바꿨으며, 돈을 잃을까봐 옷을 입고 노숙을 하면서도 제대로 잠을 못이루었다고.

김병구기자 kb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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