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각 장애인 빛이 되어준 아저씨

며칠전 아침 등교시간에 겪은 일이다. 늦잠을 자서 학교에 늦을까봐 급하게 버스 정류장쪽으로 뛰어 가고 있었다. 그런데 지팡이를 쥐고 가는 50대가량의 아저씨가 앞에서 얼쩡거리고 있는 것이 아닌가순간 짜증이 났지만 꾹 참고 천천히 옆을 지나고 있는데 그 아저씨가 갑자기 길이 아닌 막다른 건물쪽으로 가는 것이었다.

저러다 건물에 부딪치는게 아닌가 걱정하고 있는데 얼굴에 검은 선글라스를 낀 것을 보고서야 앞을 못보는 시각 장애인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도와 줘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학교에 늦을 까봐 선뜻 나서지 못하고 망설이고 있었다. 그때 어떤 아저씨가 그 장애인을 부축하며 어디로 가는지 묻고는 길을 안내해 준 다음 그분이 가는 뒷모습을 한참동안이나 바라보고 있었다.

아마도 장애인 아저씨가 제대로 길을 찾아 가고 있는지 보는 것 같았다. 마치 노부모를 걱정하는 아들의 모습과 같았다.

그 모습을 보고 있으니 도와주지는 못할 망정 짜증을 낸 내 자신이 너무 부끄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의 자그마한 관심과 도움이 장애인들에게는 큰 도움이 된다. 그런데도 그동안 우리가 너무 무관심하고 소극적인 태도로 장애인들을 대해온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모든 사람들이 장애인들에게 먼저 손을 내밀어 줄 수 있는 따뜻한 마음을 가진다면 우리가 지금 느끼는 이 삭막한 곳도 정이 있는 따스한 공간이 될 것이다.

박아그네스(대구시 중동)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