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설마 탄핵안이 가결되지는 않겠지" 탄핵표결 앞둔 검찰 '전전긍긍'

검찰 수뇌부에 대한 탄핵안 표결을 앞두고 검찰이 마치 '폭풍전야' 처럼 뒤숭숭한 분위기를 보이고 있다.

당사자인 박순용(朴舜用) 검찰총장과 신승남(愼承男) 대검차장은 평소처럼 출근해 업무에 임했지만 표정은 돌덩이처럼 굳어 있었다. 대검 간부들과 검사들은 할 말은 많지만 참겠다는 게 대체적인 반응이었다.

15일 탄핵안의 국회 본회의 보고가 이뤄지고 17일 표결이 예정된 상황에서 대응 자체가 '긁어 부스럼'을 만들 수 있다는 우려 때문. 그러나 일각에서는 탄식과 불만이 혼재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한 간부는 현재의 상황을 "구한말이 연상된다"고 말했다. 대우사태 등으로 국가경제가 극도로 어려운 상황인데 정치권이 법적 근거도 없이 발의된 검찰총장 탄핵문제로 1개월 넘게 정쟁을 계속해 온 것을 비판한 것이다.

탄핵발의의 원인제공자가 된 공안검사들은 분노를 감추지 않았다. 서울지검의 한 검사는 "법에 따라 수사해 혐의가 입증되면 기소했을 뿐인 데 무슨 편파수사를 했다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그는 "야당의 편파수사 공세에 불법.타락 선거가 관심을 끌지 못하고 묻혀버린게 사실은 더 큰 문제"라며 언론에 비난의 화살을 돌리기도 했다.

다른 검사는 "죽도록 고생하고 왜 비난만 받아야 하는 지 모르겠다"며 "탄핵안이 가결된다면 사표쓰는 검사들도 많을 것"이라고 비장한 분위기를 전했다. 한 부장검사는 "야당이 탄핵의 명분으로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내세우고 있는데 정말로 그것을 바란다면 탄핵안을 즉각 철회하는 게 옳다"고 지적했다.

대검의 한 관계자는 "우리가 오해와 불신을 받고 있는 것에 대해 반성할 점이없는 것은 아니지만 정치권이 어떤 목적을 갖고 검찰을 흔드는 것이 아닌 지 의심이든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번 탄핵안의 경우 133석을 갖고 있는 한나라당이 4표만 더 확보하면 가결되기때문에 검찰은 캐스팅 보트를 쥐고 있는 자민련 의원들에게 상당한 기대를 걸고 있는 눈치다.

대검의 한 간부는 "탄핵안이 가결되면 탄핵심판 결정이 내려질때까지 공권력이무력화되는 엄청난 사태가 초래될 것"이라며 "의원들이 현명한 판단을 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검찰 내부에서는 이번 탄핵안 발의를 계기로 자성해야 한다는 지적과 함께 탄핵안 표결이후의 후유증을 걱정하면서 대책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서울지검 형사부의 한 검사는 "여소야대로 그 어느때보다 가능성이 높긴 하지만탄핵안이 가결되리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며 "탄핵발의 이후 흐트러진 조직을 추스르는 게 당면과제가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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