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민주당은 탄핵소추안 자체의 법적 요건 미비를 내세워 탄핵안 폐기 이후 파문을 애써 축소시키고 있으나 당 일각에서 대두되고 있는 "물리력을 동원 의사진행을 막는 것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었느냐"는 자성론과 당 지도부의 정치력 부재 비판론에 대해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게다가 일부에서는 "이번 탄핵안 처리를 두고 여론마저 여당의 행태를 비난하고 있다"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한 최고위원은 "이번 일을 그르친 것은 정치를 잘 모르는 서영훈 대표와 총무단의 그릇된 판단 때문"이라고 지적, 이같은 분위기를 전달했다. 또다른 의원은 "탄핵안의 본회의 상정, 표결은 여야 합의사항이었으며 표결을 강행했어도 부결시킬 수 있었을 것"이라며 "당 지도부가 자민련 일부의 이탈에 민감하게 반응, 무리한 강공책을 선택했다"고 지도부의 국회 운영 미숙을 비판했다.
기존의 당 운영방식에 대한 불만도 터져 나왔다. 의원총회와 최고위원회의, 원내 대책회의 때마다 결론은 항상 강경 일변도이거나 "총무단에 위임하자"는 식으로 마무리돼 사태를 경직된 방향으로 이끌었다는 것이다.
자민련과의 공조도 심각하게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도 잇따랐다. 한 관계자는 "자민련에 끌려 다니다가는 또다른 파국을 맞을 우려가 크다"면서 "국정 파트너로 자민련에 집착하지 말고 한나라당과의 대화와 협상에 주력할 것"을 주문했다.
그러나 서 대표는 19일 기자회견을 갖고 "4대 부분 개혁이 끝나는 내년 2월까지 정쟁 중단"을 한나라당에 제안했다. 이와 함께 20일 '정치싸움으로 초가삼간을 태울 수 없다'는 제하의 광고를 내는 등 경제문제를 부각, 한나라당을 압박했다. 국회파행이 계속될 경우 공적자금의 적기투입이 불가능해져 한나라당에게도 책임이 돌아갈 것이라며 야당의 국회복귀를 요구하고 있다.
김태완기자 kimchi@imaeil.com
-야=한나라당은 박순용 검찰총장 등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민주당 측의 실력저지로 무산된 것과 관련, 향후 정기국회 일정을 전면 보이콧하기로 하는 등 초강경 전략으로 맞서고 있다.
또한 이번 사태를 초래한 데 대해 김대중 대통령과 민주당의 대국민 사과를 촉구하고 있으며 이에 앞서 지난 18일엔 이만섭 국회의장의 사퇴권고 결의안를 제출하는 한편 향후 이 의장 사회로 열리는 본회의에는 모두 불참키로 했다. 검찰 지도부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재상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고조되고 있다.
그러나 추가 공적자금 조성을 위한 국회 동의와 내년도 예산안 처리 등의 시한이 임박한 데다 경제난 심화 등으로 정치권에 쏠린 비난 여론을 의식할 경우 국회를 장기간 파행으로 몰고 가기엔 부담감도 없지 않다. 권철현 대변인이 "파행을 언제 중지할지는 향후 상황을 종합으로 판단한 뒤 결정할 것"이라고 밝힌 데서도 이같은 고민이 드러나 있다.
당은 20일 오전 국회에서 총재단 회의와 의원총회를 잇따라 열어 당내 의견을 수렴했으며 일단 강성기조를 계속 유지키로 했다. 이번 사태를 청와대 각본, 민주당 감독, 이만섭 의장 주연의 '현 정권의 총체적인 코미디'로 규정한 뒤 요구 사항들이 관철될 때까지 강력한 대여투쟁을 벌여나간다는 것이다.
강경론자들쪽에선 비난 여론을 감수하면서라도 이번만은 반드시 여권의 독선·독주행보에 제동을 걸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당으로선 결국 한빛은행 및 동방금고 사건에 이어 이번 사건을 최대한 쟁점화, 여권을 몰아붙임으로써 정국 주도권을 장악하겠다는 계산을 했을 것으로 보인다. 물론 이같은 계산은 2년 앞둔 대선 정국과도 맞물려 있을 것이다.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명문화한 법안을 관철시키기로 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된다.
서봉대기자 jinyoo@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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