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반삼성시위 시민대표 밤샘 조사

'시장 면담 취소하고 4시간만에 돌아가버린 삼성생명 회장, 시청 앞 시위로 24시간동안 조사받고 있는 반삼성운동 시민단체 대표'

20일 오전 문희갑 시장 퇴진과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사죄를 요구하던 대구시민모임 대표들이 시청 앞에 모였다. 이날 오전 10시 삼성그룹 특사격으로 대구에 온 이수빈 삼성생명 회장과 문희갑 대구시장이 면담하는 자리에서 시민의 분노와 울분을 털어놓을 작정이었다.

시민모임 대표들이 시 청사에 들어온다는 사실을 눈치챈 대구시는 경찰에 '협조'를 요청했고 경찰은 전경 1개 중대로 장막을 쳤다. 시청 진입이 저지된 시민모임 대표들은 정문 입구에서 구호를 외치고 시장실을 향해 계란을 던졌다. 이 과정에서 대구 YMCA 간사 2명이 경찰과 몸싸움을 하다 응급실로 실려갔고 전경 상당수도 안경이 부서지는 등 피해를 입었다.

비슷한 시각 대구공항에 도착한 이수빈 삼성생명 회장은 시청으로 향하던 중 집회 소식을 듣고 황급히 발걸음을 돌렸다.

"이런 분위기에선 시장 면담, 의회, 상의 방문 등이 어렵다"며 "분위기가 누그러진 뒤 다시 찾겠다"는 게 이 회장의 일정 취소 이유였다. 이 회장이 시민모임이나 삼성상용차 직원들에게 멱살 잡힐 것을 우려해 발길을 돌렸다는 게 시청과 경찰의 시각이다.

'시청으로 들어오는데는 문제가 없으니 시장 면담을 계획대로 하자'는 시의 요청에도 이수빈 회장은 때가 아니라는 점을 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 회장은 이날 낮 서울로 돌아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수빈 회장이 시청 방문을 앞두고 눈치를 살피는 동안 시청 진입을 시도했던 시민모임 대표 2명은 중부경찰서로 연행됐다. 폭력시위를 벌였다는 게 경찰의 주장. 시 청사 안으로 들어가려던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일어난 일이라는 항변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연행된 시민모임 대표들은 21일 오전 10시 현재 경찰서에 붙들려 24시간째 조사를 받고 있다.

시민의 분노를 대신 말하고 대구 경제의 내일을 걱정하는 시민모임 대표들은 예정에 없던 경찰서 신세를 지고, 이번 사태의 원인 제공자인 삼성그룹은 '시위'를 핑계로 도망치듯 발길을 돌려버렸다.

대구는 여전히 삼성의 '시혜'에 목숨을 걸어야 하는 도시인가.

전계완기자 jkw68@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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