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유고연방의 수도 베오그라드에는 지금 혹독한 겨울의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 겨울이 임박한 뒤 거리에는 버려진 개들이 넘쳐나고, 때론 차에 깔려 죽는 일도 있다. 하지만 그 주인들은 쥐꼬리만한 월급을 가지고 매일 처참한 생존 투쟁을 벌이느라 개를 돌 볼 여유가 없다. 그들에게는 다른 걱정만으로도 머리가 복잡하다.베오그라드 시민들 중 수십만 명이 지금 극빈층으로 전락했다. 그들은 밀로셰비치가 통제해 오던 생필품 가격 마저 지칠 줄 모르고 치솟는 바람에 더욱 망연자실해 있다.
저명한 경제학자 시미치는 "원인은 단순히 경제적인 데만 있는게 아니다. 새정부가 물가상승과 가격폭등으로 고생토록 밀로셰비치가 조장한 측면이 있다"고 했다. 권위주의 정부만이 이번 겨울에 충분한 생필품을 공급할 능력이 있다는 식으로 유권자들을 왜곡시키려 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지난 2주간 이곳 시민들은 여러번 정전을 겪었다. 밀로셰비치 지지자들이 태업을 고려 중이라는 유언비어도 퍼지고 있다. 가스.전기의 안정적 공급 문제가 코슈투니차 신임 대통령의 첫번째 시련이 돼 버렸다.
백화점 여직원 카를리차(37)는 매주 부모가 고향에서 재배한 채소를 보내주지 않았다면 남편과 같이 살아 갈 수 조차 없었을 것이고 했다.
회사원 즐라타노비치(42)는 한달을 꼬박 일해 겨우 35달러 정도 받고 있다. 아내 또한 백화점에서 일하면서 남편 보다 약간 더 받는다. 하지만 이들 부부의 수입으로는 한달에 100달러 하는 방 두칸짜리 아파트 임대료 채우기에도 모자란다.
그래서 그는 시장보다 싸게 식료품을 사려는 사람들로 붐비는 한 야시장을 주로 이용한다. "밀로셰비치 체제 아래서 우리는 10년이란 삶을 잃어버렸다. 우린 '잃어버린 세대'이다. 앞으로 완전히 회복되는 데는 또 다른 10년이 필요할 것이다"라고 그는 씁쓸히 말했다.
버려진 개와 배고픈 주인들, 이것은 바로 인종학살을 외치며 국민들의 생활을 도탄에 빠뜨렸던 밀로셰비치 철권통치 10년이 만들어낸 처참한 비극의 마지막 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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