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제철에 근무하는 김종명(43)씨는 최근 구미에 있는 옛친구가 보낸 e카드를 받고 적잖은 감명을 받았다. 말로는 쉽게 풀수 없었던 오해로 그간 소원했던 감정이 봄눈 녹듯이 사라지는 기분이었다.
주말에 포항으로 친구를 초대한 김씨는 물회를 안주삼아 소줏잔을 기울이며 30년 우정을 다시 확인한 것은 물론이다. 인터넷의 대중화와 더불어 전자우편이 전화의 신속성과 편지의 감흥을 아우른 통신수단으로 정착하면서 이를 이용하는 40대 중년문화도 바뀌고 있다.
특히 일과시간 대부분을 컴퓨터와 씨름하며 지내는 직장인들이나 외국에 있는 사람과 연락할 일이 잦은 사람들은 'N세대'가 아니더라도 e메일보다 더 긴요한 것은 없다. 일반 샐러리맨들도 관심있는 인터넷 사이트에서 e메일을 통해 의견을 주고받다 현실적인 모임으로 연결돼 자주 만나는 경우도 있다.
컴퓨터 보급의 일반화로 전자우편은 가족간의 커뮤니티 공간으로도 자리잡고 있다. 초등학교에 다니는 자녀 숙제를 돌봐주기 위해 인터넷을 배우고 있는 주부 전우영(42)씨는 결혼 15주년을 맞아 지난달 말 남편이 보낸 동영상 e카드를 받고 그만 감동해 버렸다.
낙엽이 후두둑 지는 늦가을 정취에다 가슴을 적시는 애잔한 음악, 시를 곁들인 남편의 은근한 사연은 편지와는 또다른 감흥을 불러일으켰다. 모은행 중견간부인 민병호(48)씨는 수능시험 뒷바라지에 감사하는 딸의 사연을 e메일로 받았으며, 직장인 박모(44)씨는 인터넷 상장서비스 사이트인 '빵빵아이'(www.00i.net)를 통해 수학경시대회에 입상한 둘째 아들에게 가족대표 명의로 '격려의 상장'을 보냈다. 전자우편은 중년 직장인들의 편리한 정보수집 수단으로도 자리를 굳히고 있다. 광고기획사에 근무하는 김세봉(45)씨는 아침에 출근을 하자마자 컴퓨터를 켜고 메일박스에 도착한 e메일부터 확인한다. 인포메일(www.infomail.co.kr),이메지21(www.emage21.com ) 등 웹진에서 보내온 자료 확인을 위해서다.
원하는 정보나 기사만을 골라 e메일로 보내주는 정보배달 전문사이트가 늘어나면서 이곳에서 배달되는 각종 정보를 분류.삭제해 자신만의 자료로 활용하기 위해 여러개의 e메일 계정을 가진 직장인들도 많다.
다만 너무 여러군데 가입해 두면 스팸 메일로 다소 홍역을 치르기도 하지만, 무료 e메일 주소 제공과 더불어 별도의 홈페이지 공간도 할당해주는 사이트도 많아 여러 가지로 유익하다는 얘기다.
고향의 중학교 동창회 총무를 맡고 있는 권성택(42)씨는 올 연말 송년모임 행사 고지를 우체국 전자우편으로 해결할 계획이다. 인터넷으로 동창회 고지 우편물을 접수시키면 우체국이 문서로 출력한후 봉투에 넣어 각 수취인에게 배달해 주는 '하이브리드 메일서비스'를 이용하는 방법으로 e메일과 옛날식 편지의 중간형태인 셈.
모임관리 대행업체를 이용해 고지하는 것보다 비용도 훨씬 싸고 또 e메일 계정이 없는 친구들도 많아 40대의 동창모임 행사 고지에는 가장 적합하다는게 권씨의 얘기. 섬유 유통업을 하고 있는 조홍한(42)씨는 올 연말 크리스마스 카드와 연하장도 모두 전자우편으로 보낼 예정이다.
요즘은 웬만한 직장인들은 거의 e메일 계정을 가지고 있고 레테(www.lettee.com), 카드코리아(www.cardkorea.com), 디어유(www.dearyou.com) 등의 무료 e메일카드 사이트를 이용하면 상대에 따라 다양한 그림과 음악이 담긴 메뉴를 입맛대로 고를 수 있기 때문이다.
경일대 경제통상학과 손수석(43) 교수는 "리포트 제출.동문회 고지 등 대학에서도 전자우편이 학습 및 생활도구로 자리잡은지 오래"라며 "최근 한글 e메일 계정의 보급과 더불어 기성세대의 전자우편 활용도가 더 급속히 늘어날 전망"이라고 밝혔다.
조향래기자 swordjo@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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