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요즘 한국영화 한번 찍었다하면 수십억

20억에서 45억원으로.'한국영화 최대 제작비'라는 광고카피가 업그레이드를 거듭한 끝에 편당 45억 원까지 올랐다. 2년 전 '유령''인정사정 볼 것 없다'의 제작비가 20억 원대이던 것이 '비천무' 40억원을 넘어 '단적비연수''리베라 메'는 45억 원을 기록했다.

최근 한국영화의 추세는 블록버스터로 치닫고 있다. 그러나 소리만 요란할 뿐 낭비라는 지적과 함께 블록버스터 회의론이 일고 있다.

'단적비연수'와 '리베라 메'는 사상 최대의 제작비를 쏟아 부었지만 영화의 본질에 해당하는 드라마가 허술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할리우드식 볼거리에 치중해 국적 불명의 액션물이 되고 말았다는 것이다. 또 거액을 들여 특수효과를 곁들였지만 "과연 그럴 필요가 있었나?"라는 의문도 일고 있다.

40억 원대는 한국영화 3, 4편은 만들 수 있는 작품. 올해 영화계에 화제를 몰고 온 독립영화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는 제작비가 7천만 원에 불과했다.

이들 블록버스터는 할리우드 영화에 맞서 대작으로 승부를 걸고 나아가 해외 시장까지 넘보자는 의도로 만들어지고 있다. 그러나 액션 스릴러 등 할리우드 '아류작'의 모양새를 하고 있어 해외시장에서도 큰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좁은 내수시장에서 한정된 관객을 두고 피 터지게 싸우는 모습이다.

그러다 보니 블록버스터에 대한 관객들의 실망감도 더욱 커지고 있다. 지난 98년 '퇴마록'을 시작으로 '쉬리''자귀모''이재수의 난''유령''비천무''공동경비구역 JSA''싸이렌''단적비연수''리베라 메' 등이 제작됐으나 성공보다 실패가 많았다. 작품성과 완성도에 있어서도 문제점이 많이 지적됐다.

영화 내실보다 외형만 커진 꼴이다. 출연배우의 개런티, 세트 설치비용이 더 커진 것이다. 한석규는 최근 SF물 '제로사이드'에 3억원의 출연료를 받기로 했다. 박중훈 정우성 최민수 이정재 송강호 등 남자 배우들과 심은하 전도연 김희선 고소영 등 여자배우들의 출연료도 껑충 올라 2억원대에 진입했다. '단적비연수'의 경우 개런티만 전체 제작비의 30%를 넘겼다.

'사이즈'에 집착할 것이 아니라 한국영화의 독특한 맛을 담은 드라마 강한 영화에 주력하는 것이 한국영화의 내실화를 기하는 길일 것이다.

김중기기자 filmton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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