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은 '걸리버 여행기' 중 걸리버가 큰 사람들의 나라 국왕과 화약 제조에 대해 대화를 나누는 부분이다. 여기서는 화약 제조에 대한 걸리버의 견해와 국왕의 견해가 엇갈리고 있다. 이 글을 읽고 첫째, 그 두 견해가 어떻게 다른 지를 비교하고, 둘째, 오늘날 과학 기술 문제와 관련지어 생각해 볼 때, 현대 사회에서 이와 유사한 실례를 들고, 셋째, 우리가 과학 기술에 대해 가져야 할 바람직한 태도는 어떤 것인지 논술하시오.
국왕의 사랑을 좀 더 받고 싶은 마음으로, 나는 300~400년 전에 발명된 화약의 제조법에 대해 이야기했다. 화약 더미에 불길이 조금만 닿게 되면, 산만큼 커다란 것일지라도 천둥소리보다도 더 큰 소리와 진동을 내면서 모든 것을 하늘로 날려 버린다고 말했다. 화약을 청동이나 쇠로 만든 빈 통 안에 집어 넣으면 쇠나 납으로 만든 포탄을 쏠 수 있는데, 그 힘을 막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도 했다. 발사된 포탄 중에서 가장 큰 것들은 하나의 부대를 순식간에 없애 버릴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견고한 성벽도 무너뜨리며 천 명씩 타고 있는 배도 바다 밑으로 가라앉힐 수도 있는 것이다. 배들을 쇠사슬로 묶어 놓았을 경우에는 돛대나 줄들을 순식간에 끊어 버리고 많은 사람들을 죽이며 거기에 있는 모든 것들을 못쓰게 만들어 버리는 것이다. 화약을 쇠로 만든 커다란 포탄 안에 넣어서 포위하고 있는 도시 쪽으로 쏘면 포장한 도로가 파괴되고 집들이 산산 조각나며, 폭발할 때 파편이 사방으로 퍼져서 가까이 있는 사람들의 머리를 부수어 버린다고 말했다.
화약의 성분은 내가 잘 알고 있으며, 그 값도 무척 저렴한데다 쉽게 구할 수 있다. 그것을 섞는 방법도 알고 있고 커다란 포신을 만들 수도 있다. 가장 커다란 포신의 경우에도 70m 정도면 될 것이다. 적절한 양의 화약과 포탄을 가진 포신을 30여 개만 가지고 있으면, 그의 영토에 있는 가장 굳건한 도시의 성벽도 몇 시간 안에 파괴할 수 있다. 국왕의 절대적인 명령에 거역하려든다면 도시 전체를 부수어 버릴 수도 있다. 나는 국왕이 베풀어 준 각별한 은혜와 보호에 보답하기 위한 조그마한 성의 표시로 이러한 제안을 했던 것이다.
이와 같은 무서운 기계에 대한 설명과 더불어 내가 이것을 만드는 데 도움을 주겠다고 하는 말을 들은 국왕은 무척 혐오스러워했다. 나처럼 무기력하고 천한 벌레가(국왕은 바로 이렇게 표현했다) 어쩌면 그렇게 파괴적인 기계가 초래하는 피와 살육의 장면을 비인간적으로 이야기할 수 있느냐는 것이었다. 아마도 그 기계는 사람들을 못살게 구는 악마가 만든 것임에 틀림없다고 했다. 예술이나 자연현상에서 새로운 발견을 하는 것은 즐거운 일이지만, 화약의 비밀을 알기보다는 차라리 왕국의 절반을 잃어버리는 편이 훨씬 낫겠다고 말했다. 그리고 나의 생명을 아낀다면 다시는 그런 이야기를 꺼내지 말라고 명령했다.
편협한 원칙과 근시안적인 안목의 이상한 결과였다. 존경과 사랑을 받을 수 있는 재능과 원대한 지혜와 심오한 학문을 갖추고 훌륭한 통치력으로 국민들로부터 추앙받고 있는 국왕이 이처럼 힘없고 불필요한 망설임 때문에(이 경우는 유럽에서 거의 생각할 수조차 없는 일이다) 국민의 생명과 자유, 그리고 재산에 대한 절대적인 주인이 될 수 있는 기회가 손안에 들어왔는데도 거절을 한 것이다. 이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나는 이렇듯 훌륭한 국왕이 지니고 있는 여러 덕목들을 깎아내리려 하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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