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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 5일장을 아는가? 어려서 장에 간 부모님을 기다려 본 적이 있는가?

당시 5일장은 단순히 물류를 위한 상거래의 공간만은 아니었다. 오랜만에 지인을 만나는 친교의 장이요, 세상 돌아가는 사정을 아는 정보 습득의 장이며 넉살좋은 약장수가 판을 벌이는 흥겨운 놀이마당이기도 했다.

아버지가 명절 대목장에 가신 날은 한낮부터 가슴 설레는 기다림이시작된다. 나일론 양말, 새 운동화, 검은 색 학생복, 거기다가 맛좋은 눈깔사탕, 풀빵…그런데 야속하게도 막걸리 한 잔에 마음이 넉넉하게 되신 아버지는 꼭 황혼 무렵 동구 밖 우리들의 장 마중을 기다려 오시지 않았던가.

이러한 어린 시절을 회상하며 시골 5일장을 찾아보지만 이미 주도권은 수퍼나 할인점, 그리고 인접 도시의 상설 재래시장에 이양한지 오래다. 그 결과 옛날의 활력은 전설로만 기억되고 병든 가축처럼 볕살 좋은 한낮 무렵 잠시 귀찮은 듯 눈을 뜨다가 하오가 되면 이내 기력을 잃은 채 눈을 되감아 버린다.

그런데 도시의 재래시장마저 죽어간다고 한다. 보도에 의하면 최근 들어 매출 급감으로 이대로 두면 3년 이내에 1천500여 국내 재래시장의 절반 이상이 없어지고 이르면 5년, 늦어도 10년 이내에 90%이상이 도산된다고 한다.

이렇게 된 데는 물론 IMF에 의한 소비 위축이 원인이 되겠지만, 대형 백화점, 할인점, 특히 외국 대형 유통업체의 등장을 빼 놓을 수 없을 것이다. 막대한 자본과 전문 경영전략, 그리고 현대인의 구미에 맞는 편의와 효율을 무기로 등장한 대형유통업체, 할인 가격과 각종 편의, 셔틀버스까지 앞세워 이윤이라면 가리지 않고 독식해 버리는 무자비한 골리앗을 창과 방패의 재래식 무기로 어떻게 대항하겠는가? 우리네 이웃의 생존이 달린 재래시장의 육성을 위해 국가적 지원책과 성숙된 시민의식이 아쉬운 때이다.

시골 5일장, 서민의 소박한 꿈과 낭만, 애환, 신명과 기다림, 아니 삶 자체가 질펀하게 녹아 있는 5일장이 오늘따라 참으로 그립다.

〈경주 아화중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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