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경제 새 패러다임을 찾아라(2)바이오 벤처 육성

미국이 자랑하는 세계 굴지의 바이오기업 제넨텍이 생산하는 항암치료제 인터페론의 1g당 가격은 5천달러. 금의 360배, 반도체의 14배에 이르는 값이다. 암젠이란 바이오기업은 1g당 67만원짜리 빈혈치료제를 개발해 돈방석에 올랐다. 인체 유전자의 비밀을 밝혀낸 게놈프로젝트가 21세기 바이오산업에 미칠 경제적 파장은 상상을 불허한다. 단적인 예로 기능이 완전히 밝혀진 유전자 하나의 가격이 1천만~1억달러에 이른다.

지난해 미국에서 바이오산업이 창출해낸 매출규모는 주변 파급효과를 포함해 270억달러에 이른다. 1년간 만들어낸 새로운 일자리는 15만개에 이른다. 선진 각국이 천문학적인 투자를 아끼지 않는 까닭은 이처럼 절대적 비교우위에 있는 부가가치 때문이다.

지역에서도 서서히 바이오산업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사실 이러한 움직임은 자생적이라기보다 국내외의 발빠른 움직임에 적잖은 자극을 받은 탓이다. 늦은 감이 있지만 지역의 바이오벤처는 충분한 승산이 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대구지역 바이오벤처의 숫자는 30여개 남짓. 아직 국내 전체 바이오벤처 숫자의 10%에도 훨씬 못미치는 규모다. 그마저 대부분 대학내 실험실벤처에 머물고 있어 매출액은 아직 엄두도 못내고 있다. 바이오산업의 특성상 단기간내 매출액 상승도 기대하기 어렵다. 이런 열악한 환경에도 불구, 지역 바이오의 가능성을 기대하는 까닭은 뭘까.

손우익 대구바이오벤처협회장(경북대 유전공학과·마스터진 대표)은 "지역엔 의학, 약학, 생물학, 유전학, 농학 등 바이오 분야의 우수 인력이 전국 어느 곳보다 많다"며 "제도적인 뒷받침만 이뤄진다면 폭발적인 잠재력을 일깨울 수 있다"고 주장한다.

지역의 대표적인 바이오벤처로 (주)에디슨(대표 여영근)을 꼽는다. 천연 DHA 함유 축산물 생산기술을 사업화하는데 성공, 올해 매출액 150억원을 예상한다. 또 뇌 구성에 필수적인 아라키돈산 함유물질, 천연 비만 방지용 물질, 식물성 수면 촉진 물질 등을 해외 석학들이 대거 참여한 연구 네트워크를 통해 공동 개발할 계획이다.

이밖에 암진단 시약을 개발하는 (주)아이씨엔지(대표 박종욱·계명대 의대), 모발이식기술을 갖고 있는 트리코진(대표 김정철·경북대 의대), 성인성 대사질환 치료제를 개발하는 (주)티지바이오텍(대표 허태린·경북대 유전공학과)처럼 실험실 벤처로 출발해 앞으로 막대한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잠재적인 종자벤처들도 있다.

특히 지난 3월 설립된 티지바이오텍은 비만, 고지혈증, 당뇨 등 인체대사질환과 신경계 질환 치료제를 개발하는 기업. 현재 국내 대형 제약업체들과 지방간 억제제, 항산화 및 노화억제물질을 개발하고 있으며 관련 특허도 3건을 보유하고 있다대구시도 바이오벤처 육성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지원책을 마련하고 있다. 산업자원부가 추진하는 '바이오벤처지원센터' 설립 자금 지원을 요청했으며, 창업 초기 벤처를 위해 장기저리의 바이오전용 벤처펀드(30억원 규모)를 조성할 계획이다. 아직 검토 단계지만 지역내에 2만~3만평 규모의 바이오벤처단지를 조성하는 것도 포함돼 있다.

그러나 지역의 바이오벤처가 성공을 거두려면 수많은 가시밭길을 지나야 한다. 아직 도토리 키재기지만 서울, 대전, 춘천 등은 바이오분야에서 한걸음 앞서있다. 다른 지자체들도 대학과 연계해 역내 바이오벤처 육성에 강한 열의를 보이고 있다그럼에도 아직 지역에선 바이오 육성의 필요성과 성장성에 대한 공감대가 없다. 지자체나 대학차원에서 과감한 투자를 할 여력도 없다. 중앙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이 절실하지만 나눠주기식 예산 배정 외엔 별로 기대할 형편이 못된다. 게다가 아직 결정되지도 않은 바이오벤처지원센터 유치를 두고 지역 대학끼리 벌써부터 눈을 흘기고 있다.

대구시 관계자는 "아직 바이오산업 육성을 위한 결집된 역량을 갖지 못했지만 지역은 인력이나 기술면에서 충분한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며 "시에서도 중앙정부의 육성정책과 연계해 중장기 지역 바이오산업 발전방안을 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21세기 꿈의 산업으로 불리는 바이오. 지금부터라도 지속적인 관심과 장기적인 안목의 투자 지원이 이뤄진다면 대구가 전세계 바이오산업의 핵심지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 그에 앞서 지역 역량을 한데 모으는 노력이 절실하다.

김수용기자 ksy@imaeil.com

---바이오 벤처란

바이오산업의 사전적 정의는 '생물공학기술(Biotechnology)을 바탕으로 생물체가 지닌 기능과 정보를 활용해 인류가 필요로 하는 유용물질을 생산하는 산업'이다.매연을 뿜어내는 대량생산 체제의 굴뚝산업과 대비되는 것으로 21세기를 주도할 첨단 고부가산업 중 으뜸으로 꼽힌다. 관련분야는 의학, 약학, 환경, 농업, 해양, 화학, 식품은 물론 전자, 에너지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아직 기반은 약하지만 고급 두뇌인력과 지식 활용이란 바이오산업의 특성상 부존자원이 절대부족한 국내 여건에 적합한 산업으로 평가받고 있다.

현재 국내 바이오벤처의 수는 350여개를 헤아린다. 그러나 '무늬만 바이오'가 아닌 진짜 바이오벤처는 150여개 남짓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올해 코스닥시장의 침몰과 사이비 벤처 큰 손들의 몰락으로 벤처에 대한 인식이 극도로 악화되면서 후발 바이오벤처들은 투자를 유치하지 못해 어느 때보다 추운 겨울을 보낼 것으로 예상된다.

그럼에도 바이오의 성장 가능성에 대해선 부인할 수 없다. 아직 시장규모면에서 정보통신이나 반도체 분야에 비해 뒤져있지만 연평균 30%를 육박하는 성장률을 볼 때 21세기 주도산업은 바이오가 될 것임에 틀림없다. -김수용기자

---(주)에디슨

지난해 5월 설립된 지역의 대표적인 바이오벤처 (주)에디슨(대표 여영근·경북대 동물공학과)은 가파른 성장세를 거듭하고 있는 선두기업이다.

연구소와 반야월공장, 서울사무소를 설치해 사업 영역을 꾸준히 확장하고 있다. 'n-3 지방산'이 축적된 우유 및 우유용 사료조성물 등 21건의 특허를 갖고 있다. 20년간 관련분야 연구에 주력해 온 여 교수는 세계 최초로 개발완료된 주요기술만 7건을 보유하고 있다. 남양유업과 천연 DHA 함유 우유생산용 사료공급 독점 계약을 체결했으며, n-3 지방산을 함유한 에디슨계란과 에디슨치킨도 선보여 소비자들로부터 호평을 받고 있다.

또 최근엔 국내 바이오벤처 중 최초로 미국, 독일, 일본, 헝가리 등 해외 각국의 관련분야 전문가가 참여하는 연구 네트워크를 구축, 생물자원 개발사업에 본격 착수했다.

에디슨은 앞으로 뇌의 구성에 필수적인 아라키돈산 함유물질을 개발하는데 주력할 계획이다. 세계 최초로 유전자 조작이 아닌 환경적인 요인의 조절을 통해 아라키돈산이 약 30% 정도 함유된 새로운 생물소재를 개발했으며, 이를 이용해 모유와 같은 수준의 아라키돈산 함유 분유를 조제할 계획이다. 소비자들에게 아라키돈산에 대한 바른 인식을 심어줄 경우 천연 DHA보다 큰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밖에 천연 비만 방지용 물질, 식물성 수면 촉진 물질, 노화를 촉진시켜 성인병을 유발하는 지방산화 현상을 막아주는 천연 알파토코페롤, 식물성 셀루로즈를 포도당화하는 기술 등을 독점 개발해 향후 바이오 식품시장을 석권할 야심찬 계획도 갖고 있다.

여 대표는 "기존 기술과 해외 연구네트워크를 통해 개발될 신기술을 바탕으로 소비자에게 접근 가능한 아이템을 조기 개발해 시장에 진입할 계획"이라며 "미국과 독일, 일본, 브라질, 벨기에 등지에 기술협정도 제의한 상태"라고 말했다.

김수용기자

---타지역 실태

비슷한 출발선에 있지만 대구는 서울, 대전, 춘천 등지에 비하면 한걸음 뒤져 있는 것이 사실이다. 올 상반기까지 창업한 국내 바이오 벤처기업 중 64%가 서울과 대전에 집중돼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바이오벤처들은 타지역보다 인력, 정보교환, 시장형성 네트워크 등 인프라가 풍부하기 때문에 창업지역으로 선호한다고 답했다. 동종 업체들이 밀집해 있으면서 최신 기술동향, 마케팅 기법 등의 정보도 서로 교환하고 있다.

춘천시도 하이테크벤처타운을 중심으로 바이오벤처 육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바이오, 멀티미디어, 애니메이션 등 3개 분야에서 66개 기업이 입주해 있으며 이들 중 3분의 1 이상을 바이오벤처들이 차지하고 있다. 벤처타운 내에 자리잡은 춘천 생물산업벤처기업지원센터는 지난해 12월 연건평 2천900여평 규모로 조성된 것. 대전 대덕단지에 비해선 규모가 크게 작지만 단일 바이오벤처단지로는 국내 1, 2위를 다툰다. 지난 98년 산업자원부가 지원한 '산학연 협동연구 기반구축사업 시범도시'로 선정된 춘천시는 지자체 단위로선 드물게 280억원을 투자, 지원센터를 건립해 바이오 육성의 강한 의지를 보였다.

비슷한 처지의 후발주자인 경남도의 바이오 열기는 뜨겁다. 40여개의 바이오벤처 중 절반 이상이 올들어 창업했다. 이들 벤처는 도내 6개 대학과 연계해 기술개발을 재촉하고 있다. 경남도는 올해부터 2005년까지 매년 30억원씩 생명공학 과제에 지원한다. 아울러 지역 창투사와 연계해 투자를 유치하는 등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박종욱 대구바이오벤처협회 총무(아이씨엔지 대표·계명대 의대)는 "아직 국내 바이오벤처가 태동기에 있지만 지난 95년 이후 시장규모가 연평균 29%씩 성장하고 있다"며 "국내 시장분위기가 성숙된 만큼 육성 의지만 있다면 지역도 늦지 않다"고 말했다.

박 총무는 또 "바이오산업의 특성상 제품개발까지 시간과 돈이 많이 들지만 이는 지자체가 해결할 수 없는 문제"라며 "지자체는 현재 지역에 흩어져 있는 벤처들을 한데 모을 수 있는 응집력과 육성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 우선"이라고 지적했다.

김수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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