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위기의식 높인 領袖회담

김대중 대통령과 이회창 한나라당 총재의 청와대 회담이 그동안 여야의 시국인식 차이만 다시 확인한 채 결렬된 것은 예상된 일이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국민들은 경제위기가 고조되고 있는 상황에서 여야 정치지도자들이 뭔가 생산적인 타협과 합의를 끌어낼 수 있을 것 같은 일말의 희망을 가졌던 점에서 실망감을 떨칠 수 없다. 나라가 어려울수록 국민의 화합이 절실하고 이를 이끌어낼 여야 정치지도자들의 타협이 무엇보다 중요함은 말할 나위도 없다. 그러나 이번 회담은 무위로 끝났을 뿐 아니라 오히려 여야와 국민들 사이에 대결과 반목만 조장할 가능성을 높인 것이다. 결과적으로 난국을 타개하는데 도움이 됐다기보다 위기의식을 높인 것은 안타깝기 짝이 없다.

특히 이번 회담의 결렬은 뜨거운 정국현안으로 떠오른 '의원 꿔주기'와 '96년 안기부 돈 총선자금유입수사'에대한 김 대통령과 이 총재간의 시각차이가 가장 큰 원인이었다. 물론 이 문제는 심각하고 중요한 정치현안임이 분명하고 서로의 시각차이를 확인할 필요도 있다. 그러나 이 문제가 김 대통령에게는"야당이 나를 실패한 대통령으로 만들려한다"는 인식을 심었고 이 총재에게는 국정파터너가 아닌 '제거대상'이란 인상을 주었다면 문제를 풀기보다 더 꼬이게 한 셈이다.

물론 여야는 정권경쟁의 상대임이 분명하다. 김 대통령이 이 총재와 경쟁상대는 아닐지라도 총체적 정치세력간의 경쟁관계에 속해 있는 것도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그같은 경쟁은 어디까지나 국리민복을 위한 정책경쟁이며 국민의 지지를 획득하는 경쟁이다. 그런대도 여야 영수가 목전에서 대화로나마 격돌하는 모습은 정치지도자와 정치가 너무 경직돼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이미 의원 이적문제만해도 대통령이 "바람직한 일은 아니지만"이란 전제를 달았고 3인의 해당의원들의 자발적 결단이라했던 민주당지도부의 발언과는 달리 "이적의원들을 다시 데려올 수 있다"고 한 것은 타협가능성을 열어놓은 것이다. 물론 국회법표결처리를 전제로 한 것이긴 하지만 여야 영수가 타협을 한다면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안기부자금수사는 타협의 대상은 될 수 없더라도 그것이 진정 야당탄압이 아니라면 납득할 타당성 있는 증거와 설득이 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이같은 타협의 여지도 김 대통령이 어떤 무리수를 쓰더라도 인위적으로 집권세력의 세불리기를 통해 난국을 타개하겠다는 생각을 가졌다면 소용없는 일이다. 경제위기를 직시한다면 여야는 국민을 위한 타협을 다시시작해야한다. 김 대통령은 경직된 자세를 풀고 연초의 다짐대로 정도의 정치력을 발휘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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