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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속' 안기부 전 차장 김기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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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천억원이 넘는 안기부 자금을 구여권에 불법지원한 혐의로 5일 구속된 김기섭 전 안기부 운영차장이 검찰 신문에 시종일관 '자물쇠'로 일관, 수사관들의 애를 먹인 것으로 전해졌다.

김 전차장은 검찰조사에서 95년 6.27 지방선거 당시 민자당에 217억원을, 96년 4.11총선때 신한국당에 940억원을 각각 안기부 예산에서 전용, 불법지원한 혐의에 대해 "그와 같은 자금을 내가 관리해온 것은 사실"이라고 시인했다.

그러나 그는 '내가 관리했다'는 진술이외에 자금의 조성 방법과 민자당과 신한국당의 지도부 연루 여부, 자금 지원 대상, 공모 인물 등 그 어떤 질문에도 '모른다'와 '모두 내가 했다'는 답변만 한채 입을 굳게 닫았다고 검찰 관계자는 전했다.말 한마디에 김영삼 전 대통령과 차남 현철씨를 비롯한 구여권핵심 인물들의 개입여부가 드러날 수 있다는 점때문인지 그는 철저히 함구로 일관했다는 것.

김 전 차장은 구속영장 청구를 앞두고 영장실질심사마저 포기했는데 이는 판사의 신문에 대한 해명 과정에서 불거져 나올지도 모를 '불필요한' 노출을 피하기 위한 것으로 검찰은 추측하고 있다.

김 전 차장의 '충성심'은 김 전 대통령 부자에게만 그치지 않았다.

그는 구속영장이 집행될 때 안기부 예산 불법전용 경위를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안기부법상 모든 예산은 운영차장의 몫이며 안기부장은 관여하지 않았다"며 당시 직속상관이던 권영해 전 안기부장을 보호했다.

그는 또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죄송하며 예산 집행과정에서 하자가 있다면 전적으로 내 책임이고 상응한 처벌을 달게 받겠다"고 말했다.

그는 상부의 지시 여부를 묻자 "상부의 지시는 전혀 없었으며 나 혼자서 한 일"이라고 전제, "당시에는 나라를 위해서 하는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지금와서 생각해보니 잘못한 일 같다"며 고개를 떨궜다.

소위 '자물쇠'로 불리는 김 전차장의 이런 행동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97년 광주민방 선정 비리사건과 98년 PCS사업자 선정 비리사건때도 그는 검찰조사때마다 청탁의 대가로 받은 금품수수 사실을 끝까지 부인하는가 하면 모든 책임을 자신이 덮어쓴 채 '윗선'의 연결고리를 철저히 차단, 전두환 전 대통령의 오른팔로 불리는 장세동 전 안기부장에 비견된다.

수사관계자는 "김씨의 이런 태도가 그가 현철씨의 몰락과 함께 검찰에 드나들며 터득한 침묵의 노하우인지, 한때 모셨던 상사에 대한 충성심의 발로인지 모르지만 검찰을 상당히 힘들게 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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