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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 요구에 따른 처방 심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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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약분업 뒤에도 주사제 처방이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조사한 주사처방 실태를 보면 세계 평균은 환자 100명에 17명이지만, 우리나라는 100명당 57명이나 된다. 국제 평균의 3배가 넘는다.

똑같은 병을 치료할 때라도 방법은 의사마다 다를 수 있다. 주사를 놓을 것인지, 약을 먹도록 할 것인지, 바르도록 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것은 의사의 전적인 재량권에 속해 있다. 주사에 대해서도 의사들은 다양한 의견을 갖고 있다. 때문에 주사 처방이 반드시 잘못된 것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의사가 환자의 치료에 최선이라고 판단해 주사제를 처방한 경우가 아니라면, 환자나 그 보호자가 막연히 주사제가 더 나을 것이라는 생각에 사로잡혀 주사제를 요구해 맞는 일이 있다면, 그건 심각한 문제이다.

의료기관 및 의료서비스에 대한 태도에 관한 한 조사연구에 의하면, 병의원에서 주사처방이 없을 때 "주사를 맞지 않아 섭섭하다"고 생각하는 환자가 40.8%나 됐다. 특히 나이 많은 사람들에게서 그런 경향이 더 심했다. "주사도 안맞을거면 약국 가지 뭣하러 힘들여 병원까지 찾아 왔겠느냐"고 불만을 터뜨리기도 한다. 어떤 환자나 보호자들은 조심스럽게 "주사는 없습니까?" 물으면서도 섭섭한 표정을 감추지 못한다.

주사제는 먹는 약과 다른 이점을 갖고 있다. 작용 시간이 빠르고, 위장의 흡수를 필요로 하지 않는 것이 대표적인 것이다.

그러나 주사제에는 여러가지 한계와 단점도 있다. 그 중 하나는 효과 지속 시간이 4시간 내지 6시간, 길어야 12시간밖에 안된다는 것이다. 병원에 입원해 있을 때는 일정한 시간 간격으로 주사를 맞을 수 있으니 문제가 없다. 그러나 통원치료 환자라면 사정이 다르다. 일정 간격으로 주사를 맞을 수 없다면 굳이 주사제를 고집할 이유가 없다.

더 큰 문제는 주사를 자주 맞는 것이 약을 먹는 것보다 위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주사제는 바로 체내에 흡수되기 때문에 거부반응이 있어도 되돌릴 수가 없다. 치명적인 쇼크까지 동반할 수 있다.

그 외에도 주사는 맞을 때 아픈 만큼 어린이 환자들에겐 심리적 상처도 줄 수 있다. 영아에게 자주 근육주사를 놓을 때는 '근육 단축증'을 초래할 수도 있다.

응급 처치가 필요한 경우, 주사제가 최선이라고 의사가 판단한 경우, 환자가 약을 먹을 수 없는 경우, 먹는 대로 계속 토하거나 설사를 하는 경우 등 외에는 외래에서의 주사제 사용은 다시 한번 진지하게 생각해 봐야 한다. 의사·환자·보호자 누구나 마찬가지이다.

김명성 교수(계명대 동산병원 소아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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