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삼 두 사람을 떠올리는 것은 별다른 이유가 있어서가 아니다. 퇴계를 입속으로 자꾸 되뇌다 보니 어느듯 괴테가 되고 괴테 역시 입속으로 자꾸 반복하다 보니 어느새 퇴계가 되기 때문이다. 다른 이유는 별로 없다. 있다면 용케도 올해가 퇴계 탄신 500주년이 되는 해 정도다. 어떤 연이 닿은지는 몰라도 괴테 역시 그 절반에 해당하는 250여년 전에 태어나 퇴계와 오늘의 500년 이라는 공간 사이 그 한 가운데를 점하고 있다는 정도다.
##상극의 시대
안동을 비롯 경북의 북부지역은 500년이라는 퇴계 탄신의 의미를 새기며 이미 약간의 흥분이 일기도 하지만 그러나 아직은 낌새가 여전히 미약하다. 그것은 갈수록 살아 가는데 힘이 들 뿐인 민중들의 관심을 쏠리게 하기에는 뭔가 세상 물미가 좀체 터져주지 않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아니면 두 성현이 그토록 몸으로 부르짖어 왔던 사람다운 삶의 길이오늘 어쩐지 꺼꾸로 열려 가고 있는 느낌 때문일 것이다.
그럴 리가 있나. 반문하는 측도 있을 게다. 정치하는 사람들. 정치를 하는지 돈치를 하는지는 어리석은 민중들은 알 수도 없지만 항상 매스컴을 떠들썩하게 만드는 그들의 내막을 들춰보면 역시 돈이 구린내 나게 쌓여 있다. 구린내 속에는 아무런 다른 냄새가 있을 리 없다. 오직 구린내뿐이다. 그래서야 어떻게 아름다운 인간의 냄새를 맡을 수 있다는 말인가. 정녕코 없다.
퇴계는 하루 2식과 삼색의 반찬을 원칙으로 한 것으로 유명하다. 삼색이라면 가지와 무와 미역이다. 이러고도 인간정신의 위대성을 소생시키는 데 평생을 바쳤다. 그런데. 요즘 잘 나가는 이들의 만찬이 아무리 화려하게 지면과 화면을 가득채워도 왜 그들에게는 인간의 냄새가 나지 않고 그저 야수의 본능만 으르렁거리느냐 하는 점이다. 하루 다식과 다색의 반찬 때문일까.
정초부터 정말 많은 생각들을 하게 만든다. 입으로는 상생(相生)이라고들 했지만 하는 짓거리는 상극(相剋) 그 자체다. 오행의 운행을 용케도 주워왔다 싶더니만 하는 꼴이 정말 가관이다. 도무지 그들의 가슴에는 무엇이 가득할까. "하늘에 우주의 법칙이 흐르는 것처럼 내 가슴에도 도덕의 법칙이 흐르고 있다"고 부르짖은 괴테의 것에는 미치지 못할지라도 이 엄동설한에 실직과 거리로 내몰린 가장들의 노숙을 위정자들은 어떻게 보고 있느냐 하는 점이다.
##퇴계선생이 그립다
이런 시대에 퇴계와 괴테. 새삼 두 성현이 우리들에게 나란히 전하는 소식들이 오늘 어떻게 우리들에게 반영되고 있을까. 퇴계만 해도 고결한 인격과 안성맞춤격인 실천궁행의 학문과 사상이 그대로 살아 숨쉬고 있지만 그 뒤를 이어려는 우리들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 불치의 병에 걸린 시대 18세기를 건져 올린 구원자로서의 괴테의 몫이 아직은 우리의 가슴을 때리고 있다. 그렇지만 아무리 때린다 해도 단순히 아픔만 느끼면 그것은 소용없는 일이다. 몸으로 실천하는 일이 더 없이 아쉽고 중요해지는 길목이 요즘이다.
두 성현이 평소에 끊임없이 되풀이한 자기 성찰은 오늘의 이 시대에 더 없이 생명력을 갖고 있다. 자기비판. 자기성찰. 괴테는 이렇게 외쳤다. 보라! 미처 보기도 전에 /그는 앞으로 지나가고/알아 차리기 전에/ 그의 모습이 변해진다고. 퇴계 또한 "현세에서 아무 얻은 것이 없다(不獲今兮)"고 솔직하게 자기평가를 했다. 그리고는 죽음을 맞이하면서 온 삶을 평가해둔 글이 다음이다. 내 사모하던 옛 사람 생각/ 진실로 내 마음과 부합하더이다.
##자기성찰의 생명력 가져야
자기성찰의 시간을 갖는것이 중요하고 요긴한 일임을 알기는 하지만 정작 그것을 실행하기란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올해 퇴계 탄신 500주년을 맞아 그것이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는 그래서 어느 때보다 강하다. 이처럼 난세 아닌 난세에, 진흙탕속의 이전투구를 싫어도 바라보아야하는 우리들로서는 더 없이 그리워지는 퇴계의 인격과 사상. 그것은 다름 아닌 사람다운 삶의 길이기도 하다.
괴테가 독일 정신이 마련할 수 있는 가장 고귀한 것으로 살아 있다면 퇴계 또한 마땅히 우리의 정신이 마련할 수 있는 가장 고귀한 것으로 살아있어야 한다. 비단 탄신500주년이 아니라 할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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