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현장보고-열화 우라늄탄 공포 남부 세르비아

목동의 석연찮은 죽음, 마을 사람과 가축의 원인 모를 질병, 나뭇가지에 달린 채 시들어가는 과일…. 1999년 나토군의 열화 우라늄탄 공격으로 오염된 유고 6곳 중 하나로 출입이 통제돼 있는 남부 세르비아의 렐란 마을 주민들이 공포에 떨고 있다.

렐란은 70여 세르비아 가구가 사는 마을이며, 좀 떨어진 곳에는 알바니아계 140여 가구로 이뤄진 마을이 있지만, 교류는 거의 없다. 그러나 두 마을은 최근 똑같은 질병 공포에 시달리고 있다. 발칸신드롬이 바로 그것.

요즘 렐란 마을에서는 이상한 장비를 둘러멘 유고군 병사들이 방사능 측정을 하는 모습이 자주 목격되고, 목초지가 오염된 것으로 밝혀져 출입이 통제되면서 주민들 사이에 야릇한 정적이 감돌고 있다. 현장의 한 유고군 대령은 "렐란은 허용치 이상의 방사능으로 오염돼 있다"며, "방사능이 사람과 가축, 작물을 위협하고 있다"고 말했다.

마을 주민 밀리치씨는 1999년 5월 나토의 공습으로 마을에서 멀잖은 곳에 주둔했던 유고 병사 7명이 숨진 이후 마을에서 일어났던 일을 자세히 설명했다. "폭격으로 아무도 죽지 않았지만 그 영향은 후에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벌들이 숲을 떠났고 건강한 사람들이 갑자기 아프기 시작했으며, 양 3마리가 3일 사이에 죽었습니다".

자신의 아내도 이름 모를 병으로 고생하고 있다, 폭격 몇달 뒤부터 몸을 덜덜 떨고 있다고 했다. 지난 주에는 밀코(35)라는 목동이 갑자기 숨져 주민 불안은 더욱 커졌다. 밀리치는 "밀코는 건강하고 용감한 사람"이라며, "나토 공습이 있을 때도 가축들을 몰고 목초지로 나갔었다"고 말했다.

렐란 마을 파우노비치(72)씨는 "군에서 울타리를 세워 목초지를 폐쇄했지만, 주민들은 처음엔 믿을 수 없다며 울타리를 부수고 가축과 함께 목초지로 갔었다"고 실수 여파를 걱정했다. "나는 더 이상 염소를 몰고 목초지로 가지 않지만, 그곳에서 흘러 나오는 물과 언덕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어떻게 하느냐". 그의 절망은 어쩔 수 없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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