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헨리의 단편 '마지막 잎새'에서는 폐렴에 걸려 죽어가던 존시가 세찬 비바람에도 떨어지지 않는 마지막 잎새 -사실은 삼류 노화가 버먼이 담벽에 그린 담쟁이 잎-를 보고 용기를 얻고 건강을 회복한다.
오랫동안 병원에 입원해 있던 환자가 의사의 퇴원 명령을 받자 투신 자살했다. 입원해 있을 동안 그에게는 병이 나아야 한다는 희망이 있었는데 그 병이 다 나아 막상 퇴원할 때가 되니 더이상 살아야 할 희망이 없어졌다는 것이다. 오래전 읽은 어느 소설의 이야기다.
출발부터 힘든 2001년
2차대전 당시 나치의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절망의 날을 살아가던 한 재소자가 45년 2월 꿈에서 '45년 3월 30일 전쟁이 끝날 것'이라는 말을 듣고 믿음을 갖는다. 그는 동료 재소자들에게 꿈 이야기를 들려주며 날마다 희망을 가졌으나 3월 29일 그럴 가능성이 희박해지자 갑자기 열이 오르고 병이 나 3월 30일에는 의식을 잃어버린다. 결국 그는 이튿날 발진티푸스로 숨을 거두었다고 수용소에 같이 있었던 오스트리아의 정신의학자 빅터 프랭클은 체험적 자서전 '죽음의 수용소에서' 에서 밝혔다. 희망은 이렇게 사람을 죽이기도 하고 살리기도 한다.
다시 한 해가 새로 시작됐다. 그리고 전국이 몇년만에 함박눈을 덮어썼다. 앞산 팔공산을 비롯, 시가지만 벗어나면 온통 눈 천지다. 해가 바뀌어도 바뀌지 않는 정치권의 치부 들추기에 하늘도 기가 질려 모두 덮어버리고 싶어서였을까.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눈이 녹자 이번엔 눈 때문에 생겨난 추태까지 드러났다. 세상은 그렇게 쉽게 바뀌지도 않았고 더러움도 간단히 덮이지 않았다.
더이상 잃을게 없다
거기다 기온도 며칠째 곤두박질해 수십년만의 강추위가 몰아치고 있다. 모든 분야의 전문가들이 어렵다고 하는, 출발부터 아무것도 기대할 것 없다는 2001년이다. 요란한 출발에도 민심을 배반한 정치며 바닥을 헤매는 경제 등 지난해에 비하면 지금은 더이상 잃을 것 없을 만큼 모두 잃었고 추락할 곳 없는 바닥으로 느껴진다. 그렇다면 지금은 우리가 새로 밑바닥을 차고 오를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어쩌면 지금의 어려움은 우리 국민들에게는 희망을 싹틔우는 씨앗이기도 하다.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 박사는 불치의 루 게릭병에 걸리기 전에는 게으르고 삶을 따분하게 생각했으나 자신이 오래 살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이 더 많은 일을 하게 만들었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지금의 어려움을 극복해내지 못하면 어떻게 미래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인가. "살아야 할 이유를 아는 사람은 어떤 상태에서도 견뎌낼 수 있다"는 니체의 말은 퇴원 명령에 자살을 선택한 환자를 되새기게 만든다.
'할 수 있다' 자신감 가져야
'피그말리온(Pygmallion) 효과'는 "너는 잘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주는 것만으로도 확실한 개선 효과를 나타낸다는 심리학 용어다. 그리스 신화속 피그말리온 왕이 자신의 조각을 너무나 사랑하자 아프로디테가 생명을 불어넣어 주었다는데서 유래한 이 말은 학습자들에게 "너는 할 수 있다"는 기대감을 심어주면 실제로 다른 상대 아이들보다 성적이 뚜렷이 나아지는 현상을 말한다. 이같은 사실은 과학적으로도 검증됐다. 우리도 서로 한 번 사랑하고 격려해보자.
설이 다가온다. 새해를 맞으면서 다짐했던 전 국민의 뜨거운 맹세, '우리는 할 수 있다'는 희망을 서로에게 심어주며 명절을 맞자. 새해, 어른을 찾아 세배를 하고 덕담을 나누었던 것이 우리의 미풍양속이었다. 비록 정치권이 이전투구하듯 소란스러워도 우리 국민들은 한 발 멀찌감치 벗어나자. 그래서 우리끼리 어려울수록 서로 격려하고, 사랑하고 인정과 덕담을 나누는 명절을 맞자. 지금의 시련을 바탕으로 희망의 미래를 싹 틔우자. 겨울이 오면 봄은 멀지 않다지 않는가.
이경우(스포츠 레저부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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