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기부의 선거자금 지원 사건의 처리를 놓고 정치권 일부에서는 97년 대선자금과 관련한 이른바 세풍사건과 유사한 결론이 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모두 국가기관이 선거자금 동원에 관련됐다는 점에서 성격이 유사한데다 서상목 전 의원과 강삼재 의원의 체포동의안 처리를 둘러싼 여야 공방도 비슷한 진행을 보이고 있다는 점 때문이다.
◇세풍 사건=국세청 간부들이 대선자금 모금에 간여했다는 세풍사건 수사는 1년이 넘게 진행되면서 계좌추적의 적법성 논란 등으로 정국을 파행으로 몰아넣었다. 한나라당은 검찰수사를 '야당탄압'으로 규정, 'DJ대선자금 수사'를 촉구, 여야간 공방이 끊이지 않았다. 서 의원 체포동의안이 국회에 제출되자 야당은 네 차례에 걸쳐 임시국회를 단독으로 소집, 이른바 '방탄국회'로 맞서다 결국 지난 99년 4월 서 의원 체포동의안을 표결에 부쳤으나 부결됐다. 그러나 같은해 9월 서 의원이 의원직을 사퇴하고 검찰도 수사종결을 선언, 일단락됐다.
◇안기부 자금 수사=국가기관의 선거자금 간여 사실을 밝히는 점에서 세풍 사건과 유사하다. 계좌추적 논란이 재연되고 있으며 '편파 수사'를 주장하는 야당이 'DJ 대선자금'을 걸고 넘어지는 것도 비슷하다.
◇여권의 입장=여권도 이번 사건이 빨리 마무리되기를 바라고 있다. 민주당이 당초 검찰수사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에서 강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 처리를 조기에 매듭짓기로 방향을 튼 데는 서 전 의원 처리를 두고 1년여를 끈 세풍사건이 실익이 없었다는 '학습효과' 때문이라는 주장도 있다. 또 안기부 사건수사가 정치자금에 대한 전방위 수사로 이어질 경우 파장이 어디로 튈 지 모르는데다 '정치가 경제의 발목을 잡는다'는 드센 여론을 무시할 수도 없다.
여권은 수사 장기화에 따른 후유증을 최소화하기 위해 어떤 식으로든 조기에 매듭지으려는 의지가 엿보인다. 민주당이 DJP 공조를 바탕으로 내달초 강 의원 체포동의안을 처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운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한나라당의 선택=이 총재가 강 의원을 어떻게 처리하느냐가 최대 관건이다. 이 총재는 지난 18일 창원에서 열린 규탄대회에서 "강 의원을 포기하지 않겠다"고 밝힌 바있다. 그러나 무작정 강 의원을 보호할 수 없는데다 체포동의안 표결 처리에 자신이 있는 것도 아니다. 세풍 사건에 대해 방탄국회를 열 때와 정치적 상황이 다르다는 점에서 여론을 의식할 수밖에 없으며 검찰이 정치인 수사를 강 의원 처리로 국한키로 함에 따라 선택의 폭도 넓지 않다.
야권 일각에서는 서 의원의 의원직 사퇴로 일단락된 세풍사건을 예로 들면서 '모종의 빅딜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 총재가 강경일변도의 대여 접근방식을 접는 한편 과거 정치세력과 연결고리를 끊는 결단을 내릴 수도 있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김태완기자 kimchi@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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