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기소된 김기섭 전 안기부 운영차장과 강삼재 의원의 공소장에는 안기부 예산이 구여당으로 흘러들어간 경로와 자금 지원의 정치적 배경이 소상히 적시돼 있어 이번 사건의 실체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선거자금 지원 경로
우선 1천197억원의 안기부 예산이 95-96년 구여당에 선거자금으로 흘러들어간 경로가 좀더 구체적으로 드러났다.
김 전차장은 96년 4·11 총선을 앞둔 95년 10월7일~96년 1월27일 940억원의 안기부 예산을 2억∼200억원씩 모두 18차례에 걸쳐 정책사업비나 특수활동비 명목으로 계좌에서 인출, 강 의원에게 전달했다.
돈이 인출된 안기부 관리계좌는 서울과 경기 일산, 수원 등지의 7개 시중은행 10개 지점 계좌로 예금주 명의는 K홍보문화사, S문화사, I문예진흥회 등이었다.
특히 안기부는 신한국당에 전달한 940억중 800억원을 96년 1월25일에서 27일까지 3일동안 집중적으로 인출했다.
강 의원은 이 돈을 95년 10월18일부터 96년 12월6일 사이에 자신이 관리하는 경남종금과 동남은행의 가·차명계좌 3곳에 9차례에 걸쳐 분산 입금시켰다.
강 의원에게 이름을 빌려준 차명주는 당시 강 의원의 2급 보좌역이던 이재현씨(현 한나라당 재정국장)와 당시 재정국 차장을 지낸 양종오씨, (주)한송건설이었다.그러나 강 의원은 안기부로부터 받은 수표중 13억원은 계좌에 입금시키지 않고 당시 사무총장실 부장인 강석진씨와 수행비서 이장연씨를 시켜 한일은행 서여의도지점과 상업은행 마포지점에서 각각 10억, 3억씩 현금으로 교환했다.
95년 지방선거자금으로 지원된 257억원의 경우는 95년 5월3일~12일 상업은행과 3개 투신사에 있는 5개 안기부 계좌에서 1억~30억원씩을 총 26차례에 걸쳐 인출된뒤 짧게는 하루, 길게는 5개월 뒤 민자당 관리계좌에 입금됐다.
민자당은 안기부 돈을 10개 시중은행에 입금시켰는데 예금주는 민자당 공식명의가 대부분이었다.
자금 지원 배경
강 의원 공소장을 보면 96년 당시 신한국당이 안기부로부터 거액의 선거자금을 지원받게 된 배경이 드러나 있다.
95년 6·27 지방선거의 여당 참패가 주배경이었다.
선거 패배이후 문민정부 집권 후반기의 안정된 국정운영을 위해 15대 국회의원선거에서 과반수 의석 확보가 절실했던 신한국당은 거액의 선거자금이 필요했지만 당사를 매각해야하는 등 심각한 자금난에 빠져있었다는 것.
그러나 당시 김영삼대통령은 재임기간중 정치자금을 받지 않겠다고 천명한 상태였고 계속된 사정정국과 노태우 전대통령 비자금사건으로 전직 대통령뿐만 아니라 상당수의 재벌기업이 처벌받고 있는 상황에서 기업체 등으로부터 선거자금 조달이 어렵게 됐다는 것이 검찰의 설명.
결국 기업체로부터의 자금줄이 막힌 당시 여권은 궁여지책으로 안기부 예산을 빼내 선거자금으로 지원하기에 이른 것으로 밝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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