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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 녹전 둔번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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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자종손(宗子宗孫)'·'독성부락(獨姓部落)'·'천년종택(千年宗宅)'5천년 한민족 역사속에서 무수한 성씨와 문중들이 저마다 내력을 갖고 있지만 이 세가지 모두를 채워줄 가문은 그리 흔치 않다.

하지만 안동지역에는 수백여년간 종자종손으로 대를 잇고 다른 성씨가 단 한차례도 함께 살지 않았던, 말 그대로 독성촌락과 종가가 있어 화제다.

안동시 녹전면 신평리 속칭 둔번(遁煩)마을. 조용하던 골짝 마을이 설 명절을 앞두고 모처럼만에 분주하다. 25세 종손인 김태협(金台協·73)옹도 불편한 몸을 애써 일으켜 차례상에 올릴 음식장만을 손수 관장한다. 850년 세월동안 벌써 17문파로 혈족이 퍼져 나갔지만 불천위 제사와 설 차례상은 조금도 허술할 수 없는 주요 행사이기 때문이다.

이 마을의 성립은 고려 말 의성김씨 평장사공(平章事公)파 14세손인 둔번(遁煩) 김을방(金乙邦)공이 예안면 부포리를 거쳐 이 곳에 터를 닦고 집을 지은 후부터. 예안지역 사료인'선성지(宣成紙)'에는"김을방은 부포와 온계(지금의 온혜리)에 살다가 현재의 둔번으로 옮겨와 살았다"고 기술하고 있다.

현재 이곳에는 20여호 남짓한 김씨 문중들이 살고 있는데 대대로 명필·문장가들이 배출된 것이 특징. 성학천자문(成學千子文)을 만든 김재숙(金載淑) 등 많은 문필가를 비롯해 지금도 25세손인 석계 김태균 선생이 서예가로 유명하다.

이는 입향시조 김을방 공이 이 곳에 터를 잡으면서 '벼슬길이 열리는'상대(上垈) 명당터와 '재력을 모으는'하대(下垈) 터를 마다하고 '자손번창과 문필가를 배출하는'명당인 중대(中垈)에 종택인 둔번초당(遁煩草堂)을 지었기 때문이라고 전한다.

안동·엄재진기자 2000jin@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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