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4·13총선 당시 시민단체가 벌인 낙선 운동에 대해 법원이 유죄를 확정한 것은 목적과 명분이 어떻든 법 테두리 내에서 선거운동이 이뤄져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으로 해석된다.
대법원은 26일 낙선운동을 벌인 혐의로 기소된 참여연대 관계자들에 대한 상고심에서 "개인적인 이해 관계를 벗어나 정치 개혁의 명분이 있었다는 점을 인정하지만 법 테두리를 벗어난 어떤 선거운동도 용납될 수 없다"고 못박았다.
법원은 특정 후보에 대한 시민단체의 낙선운동이 선거 당국의 지도 관리 및 권능을 침해한다고 보았다.
선거법 테두리를 벗어나 있는 낙선 운동을 법적으로 허용할 경우 '선거법과 선거관리 당국'의 권위를 법원이 스스로 부정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우려와 고민이 판결의 이면에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낙선운동을 제한하고 있는 선거법 자체에도 위헌 소지가 있다는 논란에 대해서도 법원은 '근거없다'며 명확한 판단을 유보했다.
법원 관계자는 "선거 운동의 방법과 대상을 특정한 현행법을 보다 엄격히 해석할 필요가 있다"며 "법 테두리를 벗어난 자의적인 선거 운동은 공명선거 정착에도 도움이 되지 못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민단체의 낙선 운동이 엄연한 위법 행위인데 명분과 여론에 치우쳐 낙선 운동만을 인정한다면 그 후유증과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판단한 셈이다.
법원의 이번 판결은 낙선 운동과 비슷한 혐의로 기소돼 있는 당사자들에 대한 위법성을 판단하는 데도 '잣대'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사실 검찰이 지난해 10월 낙천·낙선운동을 주도한 총선시민연대 간부 29명을 불구속 기소할 때도 '목적이 정당하더라도 위법한 수단을 사용했을 경우 의법처리할 수밖에 없다'는 원칙을 내세웠다.
검찰은 당시 총선연대 지도부와 지역 총선연대 간부들에 대한 각 후보진영의 고소·고발 사건 54건을 접수, 피고소·고발인 208명에 대한 수사를 벌이면서 기소 대상을 확정하는 데 무려 6개월이나 걸렸다.
검찰은 나름대로 시민단체 낙선 운동이 여론의 지지를 받고 있고 상당한 명분을 갖고 있는 점을 감안, 집회 및 가두 행진등 선거법상 금지된 '방법'을 동원한 경우에 한해 기소 결정을 내렸다.
검찰은 당시 "공명선거를 통한 정치개혁이라는 정당한 목적을 갖고 있고 '유권자의 후보자 적격성 판단'이라는 공익에도 부합하기 때문에 명예훼손 혐의를 적용하지 않는 대신 선거법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대상만 기소키로 했다"고 설명했었다.한편 총선연대의 핵심단체였던 참여연대 박원순 사무처장은 판결직후 "아직 총선연대 지도부에 대한 심리가 진행중이고 대법원 판례도 뒤바뀔 수 있기때문에 지켜보겠다"고 불만을 나타냈다.
또 총선연대 상임공동대표였던 최열 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도 "국민의 지지속에 평화적으로 펼쳐진 낙선운동에 대해 재판부가 지나치게 좁은 의미에서 선거법 위반혐의를 적용해 유감"이라고 말했다.
---정치권 반응 상반
정치권 반응 상반
대법원이 지난해 4·13 총선당시논란을 일으켰던 시민사회단체의 낙선운동에 대해 26일 '위법' 판결을 내리자 여야는 각각 긍정과 부정이 엇갈리는 상이한 반응을 내보였다.
민주당은 낙선·낙천운동에 대해 현행법상 '위법' 판결이 나올 수밖에 없는 현실을 인정하면서도 낙선운동의 의미를 강조하며 관련법규 및 제도 정비의 필요성을 지적하는데 무게를 둔 반면 당시 낙선운동의 '피해'를 봤다는 입장인 한나라당과 자민련은 '당연한 일'이라며 낙선운동에 대한 엄격한 규제의 필요성을 주장했다.민주당 김영환 대변인은 "낙천·낙선운동이 현행법상으론 불법이기 때문에 대법원의 판결은 이미 예견됐으나 이 운동이 갖는 역사적, 정치적 의미는 판결과는 관계없이 엄연히 존재하는 것"이라며 "정치권은 국민의 그런 여망을 받아들여 스스로 정치행태를 변화시키고 법·제도적 정비를 해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반해 한나라당 장광근 수석부대변인은 "김대중 대통령까지 나서 대중 추수주의 입장에서 낙선운동을 부추긴 행위의 부당성을 법원이 지적한 것"이라며 "낙천·낙선운동으로 당락의 영향을 받은 인사들의 정신적 고통을 어떻게 보상할지 심각히 반성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홍위병' 등의 표현을 쓰며 낙선운동에 격렬하게 반발했던 자민련의 변웅전 대변인은 '사필귀정'이라며 "소잃고 외양간 고치기식이 됐지만 다시는 소를 잃는 우를 범하지 않도록 시민단체는 이번 판결을 계기로 정치에 지나치게 개입하는 잘못을 되풀이하지 말고 사회를 깨끗하게 정화시키는 본연의 구실을 하는데 주력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정치인 개개인도 당·락에 따라 반응이 엇갈렸다.
낙천낙선운동 대상 명단에 올랐으나 당선된 민주당의 한 의원은 "시민단체가 감시자로서의 역할을 해야 한다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이번 판결을 계기로 대상 선정의 기준과 방식에서 더욱 신중하고 치밀한 접근이 있었으면 한다"고 비교적 온건한 반응을 보였다.
이에 반해 낙선한 한나라당 김중위 전 의원측은 "법원이 올바른 판단을 내렸다"면서 "선거법의 핵심은 공정성인 만큼 공정성을 해치는 행위는 마땅히 위법이며, 그런 맥락에서 낙선운동은 유권자의 판단을 흐릴 수 있는 행위로 정당화될 수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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