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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 보안법 개정연기 배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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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권의 국가보안법 개정 연기방침은 '현실'을 무시할 수 없다는 상황논리에서 출발한다. 보안법 개정문제가 이념갈등으로까지 번지는 상황에서 더이상 이를 고집할 경우 부작용이 따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법 개정 연기 방침은 고육지책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법 개정 연기가 알려진 후 비판이 뒤따랐다. '대통령의 통치철학'이라고까지 주장했던 보안법 개정작업이 도중하차하면서 여권의 무기력상이 여지없이 노출됐다는 지적이다. 때문에 법 개정에 찬성해 온 여야 일부 의원들이 조기 법 개정을 요구하면서 반발하는 등 논란도 잇따르고 있다.

여권의 보안법 개정 연기는 이미 예고됐다고 할 수 있다. 우선 표면적인 이유는 이념갈등 문제지만 여권을 가장 괴롭힌 것은 법 개정이 '김정일 답방전 선물'이 아니냐는 비판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 김중권 대표도 지난 2일 재향군인회 강연에서 "김정일 위원장의 답방전에 개정하려는 것 아니냐"는 질문을 받고 "보안법 개정을 서두르거나 조급해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기존의 시대상황 변화와 인권침해 소지 때문에 법을 (조기에)개정해야 한다는 주장에서 한발 물러선 것이다. 김 대표는 4일 법 개정 연기방침을 밝히는 자리에서도 "김 대통령이 일부의 오해소지를 감안한 것 같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또 자민련의 반대 등 현실적인 여건도 강하게 작용했다. 민주당의 호소에도 불구, 자민련이 반대 당론을 철회하지 않아 여권의 부담은 가중됐다고 할 수 있다. 자민련을 설득하지 못한 상황에서 법 개정을 강행할 경우 '천신만고' 끝에 이룬 공조에 균열을 불러 올 수도 있다고 본 것이다.

특히 보안법 개정을 강행하다 자민련 김종필 명예총재와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가 공동전선을 형성할 경우 여권은 치명상을 입게 된다. 이렇게 될 경우 김 대통령의 남은 임기 연착륙은 물건너 갈 지도 모른다. 이처럼 법 개정 연기의 표면적인 이유는 이념갈등 문제지만 깊숙이 들어가보면 정치권의 복잡한 이해관계가 깔려 있다고 봐야 한다.

이상곤기자 lees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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