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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고부-이민살이, 고생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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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래의 소설 '아리랑'은 일제 강점기부터 광복까지 40여년간 한민족의 끈질긴 생존과 투쟁, 이민사를 다룬 대서사시다. 민족 이동의 발자취를 따라 소작농과 머슴, 아나키스트 지식인의 처절한 투쟁을 그렸다. 이 소설에 나오는 하와이 이민자들은 정부의 정식 허가를 받아 이주한 해외 이민의 효시로 알려진다.

구한말 정부는 미국의 농장 노동자 요청으로 이민을 허용, 1902년 첫 이민단 100여명이 떠났다. 그 이후 3년간만도 65차례에 걸쳐 7천226명이 하와이로 이주했다. 이민 행렬은 해방 후에도 끊임없이 이어져 지금은 해외 이민자가 세계 140여개국에 600만명에 육박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이즈음의 이민은 일제 강점기나 광복 후의 '먹고 살기' 위한 생존의 전략과는 성격이 달라졌다. 생존의 문제가 아니라 '어떻게 사느냐' 하는 삶의 질에 대한 근원적인 문제의식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 심지어는 이 땅에 희망이 없으므로 떠난다는 사람들도 없지 않다. 그렇다면 해외 이민자들의 삶은 과연 어떤가. 최근 보도에 따르면 미국 이민자의 40% 이상이 빈곤선 이하에서 허덕이고 있다고 한다.

지난 30년 동안 그 숫자는 3배 가량 늘었지만, 생활 수준은 30년 전보다 되레 떨어졌다는 것이다. 워싱턴의 이민연구센터(CIS)는 미국 이민자들은 토박이보다 훨씬 가난하고, 주택 소유율도 그 격차가 7% 포인트에서 24% 포인트로 벌어져 불과 46%에 지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 보고서를 작성한 스티븐 카머로타는 '아직도 미국은 황금으로 덮여 있다'는 인식이 남아 있고, 그런 인식 때문에 몰려와 어렵게 살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기서 겪는 고통이 본국에서 겪는 것보다는 나을지도 모른다'고 덧붙이고 있다.

지금도 미국 이민 행렬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그가 덧붙인 말의 의미가 안타깝고 아프게 느껴지지 않는 까닭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사람은 누구나 자기의 삶이 자랑스럽고 희망 쪽으로 열려 있기를 바란다. 반대로 자기 삶이 비겁하거나 여유 없고, 나아가 수치스럽거나 희망이 없을 때 새로운 삶의 질서를 찾아 나서게 마련이다.

정직과 능력보다 정실과 인맥이 우선하는 사회, 장래를 기대할 수 없는 정치는 정이 떨어지게 하며, 절망감마저 안겨 준다. 봉인된 희망을 되살리고, 우리 모두가 여기에서의 삶이 자랑스러울 수 있는 길은 아직도 요원하기만 한 것일까.

이태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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