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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늬만 사극 시청자 눈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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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 남녀가 손잡고 시장 바닥을 거닐며 사랑을 나누는 장면, 여자 광대패가 엽전을 받으려고 주인공과 억지 입맞춤하는 장면, 술 취한 기생이 양반댁 대문을 박차고 생떼를 쓰는 장면…. 반상의 구별과 남녀칠세부동석이 뚜렷했던 조선시대를 반영하는 사극에서 이런 장면들이 과연 가능할까. 하지만 MBC 월화 사극'홍국영'이나 SBS 월화 사극'여인천하'에서는 예사로운 장면이다.

국민적 드라마로 각광받았던'허준'이후 각 지상파 방송에서는 잘 만들어진 사극의 강한 흡수력을 의식, 너도나도 사극을 제작하기 시작했다. KBS 1TV'태조 왕건'은 철저한 고증을 바탕으로 대규모의 인력과 자원을 투입하여 주말 드라마의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했고, KBS 2TV의 '천둥소리'도 시대의 풍운아 허균을 잔잔하게 그려내고 있다.

그러나 의리와 야망을 추구하는 남성적인 맛의 MBC '홍국영'과 여인의 지분 냄새와 치맛자락으로 시대를 휘감은 SBS '여인천하'에 이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여인천하'는 월드 스타 강수연을 필두로 전인화 이덕화 등 화려한 스타 군단으로 포진했고, '홍국영'은 신세대 스타 김상경 정웅인 등을 내세워 참신성을 겨냥했다. 그러다 보니 양 드라마가 무리한 애정이야기와 정사신을 도입, 도발적이고 선정적인 장면을 너무 자주 내보내 에로물과 진배없다는 시청자의 비난을 받고 있다. 더욱이'홍국영'은 재미를 더하기 위해 조직폭력배 간의 싸움을 넣어 세력다툼을 한다는 설정을 해, 마치 사극판'모래시계'를 보는 것 같다.

사극이란 그 시대의 생활상과 문화를 반영하는 것인데, 이렇게 되면 껍질은 사극이고 내용은 현대극인 '퓨전'사극이 되고 만다. 역사적 진실과 교육적인 배려를 뒷전으로 하고 시청률만을 의식하는 제작자들의 가벼움이 너무나 선명해서 염려스럽다.

미디어모니터회 김긍연 zzinsal@hite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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