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시립미술관, 어떻게 짓나

▨ 어떻게 지어지나=대구시립미술관의 건물 외형은 패션도시 대구의 이미지를 형상화한 현대적이고 세련미를 지닐 것으로 보인다. 건물은 자연소재인 화강석과 현대적인 이미지를 지닌 메탈 패널, 그리고 복층유리를 조화시키고, 야외는 대숲 정원과 미술인이 거니는 거리(은행나무를 쭉 심어서 녹지축을 형성) 그리고 자연미를 그대로 살린 야생화원과 꽃길 등이 조성된다.

미술관 내부는 1층 전문 예술인들이 활용할 기획전시실(563평), 2층 기획전시실(229평) 조각전시실(95평), 상설전시실(154평), 소전시실(120평)과 대중을 위한 전시실인 시민갤러리(119평) 등 직접적으로 미술전시와 관련된 시설이 중심을 이룬다. 여기에 다목적 로비(518평), 문화교실, 수장고(574평), 미술품 샵, 휴게공간, 레스토랑, 자료실, 강당 등이 위치하고 있어서 미술전시라는 본래의 기능뿐만 아니라 오락, 정보기능, 대중과 문화의 거리좁히기, 각종 이벤트 등을 유치할 수 도 있을 것 같다.

그러나 미술관이 건물만 있다고 제대로 운영되는 것은 아니다. 아직 공사완공까지는 다소 시간이 남아 있다하더라도 소장할 작품 선정과 개관후 대구문화예술회관내 전시실과의 역할 분담 내지 차별화 시킬 전략까지 지금부터 세워야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대구문화예술회관이 소장하고 있는 작품이 6백여점은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나 이 작품들을 그대로 활용할 수 있는지에 대한 검토작업도 있어야할 것으로 보인다.

거기다가 현단계에서는 가장 난제로 부각되고 있는 대구시립미술관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서 대구시티투어 코스에 대구시립미술관을 포함시키는 문제 내지는 셔틀버스 운영문제등도 고려해보아야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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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미술계의 희망인 대구시립미술관의 건립계획은 기본설계가 이미 끝난 상태에서 현재 건축공사의 앞단계인 실시설계가 한창이다.

미술관은 100년 앞을 내다보고 지어야 하는 건축물이다. 시민들의 올바른 문화공간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미술관의 추진상황과 문제점 등을 알아본다.

■추진상황

요즘 대구시종합건설본부, 문화예술과, 설계자인 희림건축사사무소 관계자들이 연일 머리를 맞대고 실시설계에 몰두하고 있다. 실시설계는 공사에 들어갈 수 있는 도면을 만드는 과정이다. 대구시 관계자는 "미술관의 기본적인 골격은 이미 갖춰졌고 전시실의 세부적인 구획, 공간활용 등 몇가지 문제만 남아있다"고 말했다. 앞으로 각계인사로 구성된 건립추진위원회의 의견을 반영, 올해말까지 실시설계를 끝내기로 했다.

대구시는 500여억원의 공사비를 투입, 내년초 토지보상에 들어가 중순부터 본격적인 공사에 들어간다는 스케줄을 잡고 있다. 2003년쯤 월드컵경기장 인근인 수성구 삼덕동 2만1천6백여평의 대지에 지상2층, 지하1층(연건평 3천104평)의 시립미술관을 세운다는 계획이다.

■완공시기

대구시 관계자들은 공식적으로 2003년 완공을 다짐하고 있지만, 그 얘기를 믿는 전문가들은 많지 않다. 유니버시아드 대회가 열리기 전에 개관돼야 문화도시 대구를 홍보하는데 효과적이라는 사실은 누구나 알고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대구시의 한 관계자는 '기본설계 당시 각계 인사들의 의견을 반영하는 과정에서 6개월을 소비해 공사기간이 빠듯하다"고 했다. 내년초 까다로운 지주들과 타협해 몇개월만에 토지보상은 물론, 진입로 확보까지 일사천리로 끝낼수 있다는 보장도 없다.

문제는 대구시의 빈약한 재정. 2조원넘는 채무를 안고 있는 대구시는 1, 2년내에 수백억원의 공사비를 끌어낼 만한 여력이 없다. 대구시의 한 관계자는 "중앙정부의 지원은 많아봐야 공사비의 20,30%정도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대구시의 몫"이라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때문에 공무원들은 내부적으로 완공시기를 2005, 2006년쯤으로 잡고 있다.

■건축상의 문제점

건축적 완성도와 미술관 기능성 문제를 놓고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설계자는 외양, 구조물 등 당초 설계취지를 충분히 살리고 싶은 반면 문화예술과 직원, 미술계 인사들은 관람객 편의를 고려한 기능성을 중시하고 있다. 이들은 소세미나실 등 교육공간 확충, 2층 전시실의 자연채광, 12m폭의 주 출입구, 시민갤러리의 10m높이 벽 설치 문제 등을 놓고 설왕설래를 벌이고 있다.

희림건축사사무소 관계자는 "자연채광은 천장의 개폐장치 설치로 처리하고, 나머지는 원만하게 합의할 수 있는 문제"라고 장담했다. 건립자문위원으로 참가했던 이태 시공갤러리대표는 "건립 주도권이 종합건설본부와 건축가의 손으로 넘어가 미술관의 효용성이 간과되기 쉽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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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미술관들

현대적 미술관은 미술을 중심으로 종합예술 공간의 형태로 나아가는 것이 특징. 작품소장, 전시, 연구 등 본래 기능뿐만 아니라 오락, 이벤트, 정보 기능까지 결합한 형태로 바뀌고 있다.

일본의 소도시에 위치한 미토미술관은 지역 문화활동에 중점을 둔 종합예술 공간의 전형적인 사례. 90년 개관한 이 미술관은 미술, 음악, 연극과의 연계성을 고려해 운영되며 전속악단과 극단까지 갖고 있다.

과천 국립현대미술관도 현대적 개념에 맞춰 매년 '영화전' '춤과 미술과의 만남' '실내악 축제' '야외무대 축제'의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등 대중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나고야 미술관의 경우 섬유도시의 특성을 살려 다양한 섬유미술전을 여는가 하면 섬유기술과 관련해 시민들과 전문가·대학을 연결시키는 역할까지 한다. 미술평론가 신용덕(43)씨는 "나고야는 대구사람들과 산업구조, 기질까지 비슷해 개성적인 미술관 운영에 관해 참고할 점이 많다"면서 "대구시립미술관도 지금부터 특성에 맞는 운영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사실 외국의 유명미술관의 경우 국내 환경과는 매우 달라 건축, 운영면에서 비교하기 어렵다.

대구로서는 98년 개관한 부산시립미술관(해운대구 우동 올림픽공원내)을 타산지석으로 삼을만 하다. 대리석으로 치장한 부산시립미술관은 천장의 감시카메라와 바닥의 접근방지용 구조물로 관람객의 불편이 적지 않은데다, 전시관들도 각방으로 나뉘어져 관람객의 동선에 혼선을 주고 있다. 결국 미술관의 기능보다는 건축적인 면을 중시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유의할 만한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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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 전체의 사랑을 받는 미술관이 되려면 지금보다 더많은 고민을 해야합니다"

미술평론가 신용덕(43·전 종합예술잡지 공간 전문위원)씨는 "미술관 하나로 대구 전체의 부가가치를 높이고 문화적 역량을 뽐낼 수 있는 명소가 돼야 한다"면서 "건축물의 빼어남과 기능적 편리함을 동시에 추구하기 위해선 대구시가 미술계 등 전문가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건립자문위원회의 일원으로 98년 중반부터 1년가까이 국내외 자료를 수집, '대구시립미술관 기본계획'을 만들었던 신씨는 "대구시가 지금부터 개관전시회 기획에 들어가야 하는 것은 물론, 뚜렷한 운영주체와 방향까지 세워놓아야 한다"면서 "격식에 맞게 미술관을 개관하려면 적어도 3,4년전부터 철저하게 준비하는게 원칙"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미술관의 기본설계중 1층 입구의 시민갤러리, 2층 외곽의 조각실 배치문제는 관람객의 편의를 고려해 다시한번 검토하는 것이 좋다"고 충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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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시립미술관 건립에 대한 미술계의 목소리는 바람직한 방향이면 언제든 받아들일 작정입니다"

여희광(42)대구시 문화체육국장은 "지금까지 미술계·건축계의 요구는 각계 인사로 구성된 건립추진위원회, 건립기획단의 의견을 통해 설계에 상당부분 반영했고, 논란이 있는 미술관의 효율성, 작품 소장 등의 문제에 대해서도 언로를 열어놓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미술계 일부만을 위한 미술관이 되어선 곤란하고, 시민 전체를 위한 공간임을 잊어선 안된다"고 강조했다.

여국장은 500여억원의 사업비 확보가 문제지만 부채상환이 끝나는 2003년쯤이면 대구시 재정이 지금보다 훨씬 나아져, 공기를 맞출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술관 운영과 관련, "전국 미술관중 처음으로 설계부터 전문큐레이터를 고용, 건설자문 및 개관전시회 준비를 맡겼으며, 양질의 소장품 확보를 위해 지역 원로작가들에게 작품을 기증받는 방법도 고려중"이라고 말했다.

박병선기자 lal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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