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과 인도네시아 두 나라의 정국(政局)이 불안하다.전.현직 대통령의 비리와 실정(失政)을 둘러싸고 빚어진 갈등이 걷잡을 수 없는 국론분열과 무력충돌로 치달으면서 극도로 혼미한 상황을 빚어내고 있다.
◇필리핀=피플파워를 등에 업고 취임 100일을 맞은 글로리아 아로요 대통령은 쿠데타 기도와 조셉 에스트라다 전 대통령 지지자들의 하야 요구로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1일 새벽 2시쯤 에스트라다 지지 시위대 2만여명은 아로요 대통령의 사임을 요구하며 대통령궁을 향해 시위행진을 벌이다 경찰과 충돌, 경찰관을 포함해 최소 4명이 사망하고 7명이 부상했다고 현지 언론과 정부 관리들이 전했다.
시위대들은 돌과 경찰이 버린 방패와 진압봉을 들고, 일부는 트럭을 몰고 경찰의 1.2.3차 저지선을 뚫었으나 대통령궁 앞의 멘디올라 다리에서 중무장한 경찰의 경고 사격과 최루탄, 물대포 발사에 밀려 일단 후퇴했다.
그러나 노동절인 이날 가두행진을 위해 100만명 이상이 거리로 몰려 나올 것으로 예상돼 예기치 못한 대규모 소요사태가 일어날 수 있을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쿠데타설과 관련해 지난달 30일 아로요 대통령측은 "에스트라다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29일밤 정권 탈취를 기도했으나 실패했다"며 "장성 17명이 근무지를 떠나 에스트라다측에 가담했다는 소문이 있으나 단 한명의 병사도 병영을 이탈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아로요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현 정부를 정복하려는 어떤 음모도 강력한 방어 조치에 의해 진압될 것"이라며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필리핀 법원은 지난달 25일 공금 횡령 혐의로 체포된 에스트라다 전 대통령에 대한 신문을 오는 6월27일 시작할 예정이다.
◇인도네시아=독재정권 잔재를 청산하고 민주주의 정착을 외쳤던 압둘라만 와히드 대통령의 정치적 운명이 벼랑끝에 몰렸다. 인도네시아 국회가 와히드 대통령의 금융스캔들 연루 의혹 1차 소명 수용 거부에 따라 지난달 30일 2차 해명요구서를 발부키로 결의했기 때문이다. 이날 표결에서 집권 국민각성당(PKB)과 애국민주당(PDKB)이 해명 요구서 발부에 반대했으나 메가와티 부통령이 이끄는 민주투쟁당(PDIP)을 비롯한 7개 정파 의원 대다수가 찬성했고, 군.경찰 대표는 기권했다.
와히드 대통령은 이날부터 한달 이내 국회에 다시 해명해야 한다. 이를 거부하거나 제대로 소명하지 않을 경우 국회는 탄핵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국민협의회(MPR) 특별총회를 소집할 수 있다.
와히드에 대한 축출 시도는 금융스캔들보다는 회복 불능의 정치적 불신이 본질적인 이유로 지적돼 와히드 대통령이 어떤 식으로 소명하더라도 수용될 가능성이 희박하다.
하야 압박이 고조될 경우 와히드는 자신의 정치적 기반이며 최대 이슬람단체인 나들라툴 울라마(NU)회원들을 동원해 헌법수호 명분을 내걸고 대규모 시위를 벌여 탄핵 압력의 무력화를 시도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물리력을 통한 정권유지도 현실적으로 힘들게 됐다. 수 년째 계속된 경제난으로 민심이 극도로 악화됐고 정적들의 입지가 넓어질 여지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에 따라 와히드는 앞으로 한달간 타협책 제시를 통해 위기 상황 극복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각목 등으로 무장한 와히드 지지자 300여명은 지난달 30일 수도 자카르타 시내에서 집회를 갖고 '와히드 대통령 사수'를 결의한 뒤 거리시위를 벌였다.
외신종합=김교영기자 kimk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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