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월드컵 이야기-제14회 이탈리아대회

90년 제14회 월드컵은 제2회(34년) 대회를 개최했던 이탈리아에서 다시 열렸다.이탈리아 월드컵은 한국이 아시아에서는 최초로 월드컵에 2회 연속 진출하는 의미있는 대회였다.

지역예선에서 11전 9승2무, 득점 29점에 무실점의 화려한 성적을 올린 한국은 본선에서도 16강 진출이 가능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세계 축구의 벽은 너무나 높았다.

한국은 예선에서 벨기에에 0대2, 스페인에 1대3, 우루과이에 0대1로 맥없이 무너지며 3전 3패의 수모를 당했다. 다만 황보관이 스페인전에서 25m거리의 프리킥을 캐논포(시속 114km)로 성공시킨 것으로 위안을 삼았다. 이 대회에서 한국은 이탈리아 언론으로부터 '드리블 연습부터 다시 시작하라','우물안 개구리'라는 혹평을 받았다.

한국과는 반대로 아프리카의 카메룬은 '흑색 돌풍'을 일으켰다. 카메룬은 예선에서 마라도나가 이끄는 아르헨티나를 1대0으로 잠재워 전세계 축구팬들을 놀라게 했다.

16강에 오른 카메룬은 콜럼비아를 2대0으로 물리치고 8강에 진출, 4강 진입을 노렸으나 잉글랜드에 연장 접전끝에 2대3으로 분패했다. 카메룬의 선전은 아프리카의 축구 위상을 높이며 94년 월드컵에서 아프리카의 출전국수를 2개국에서 3개국으로 늘리는데 큰 몫을 했다.

14회 대회는 공교롭게도 준결승전 두경기가 모두 승부차기로 명암이 갈라졌다. 아르헨티나와 서독은 이탈리아와 잉글랜드와의 경기에서 똑같이 1대1로 승부를 가리지 못하고 승부차기에서 4대3으로 승리하는 행운을 안았다.

서독과 아르헨티나의 결승전 격돌은 86년 대회의 재판이었다.

서독은 새로운 축구형태인'압박축구'를 선보이며 지난 대회 우승팀 아르헨티나를 거세게 몰아부쳐 3대2로 승리했다. 서독은 74년 대회 이후 16년만에 우승컵을 되찾으며 브라질과 이탈리아에 이어 월드컵에서 3차례 우승한 3번째 국가가 됐다. 이 대회 득점왕은 6골을 넣은 이탈리아의 스킬라치가 차지했다.

이주녕(축구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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