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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예 신드롬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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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부 양모(35.대구시 남구 대명7동)씨는 며칠 전 아이스크림을 사달라며 떼를 쓰는 아들(9)이 "돈이 없다"고 하자 한 쪽 눈을 찡그리면서 "관심법으로 보면 다 보여"라고 말해 실소를 터뜨렸다. 양씨는 "애들까지 흉내내는 걸 보니 궁예가 정말 유명한 모양"이라고 했다.

TV 드라마 '왕건'이 인기를 끌면서 궁예 말투, 궁예 폭탄주, 궁예 패션, 궁예 팬클럽까지 생겨나는 등 '궁예 신드롬'이 화제다.

직장인들사이에서는 궁예가 자주 되뇌이는 고풍스런 말투가 한창 회자되고 있다. "관심법으로 면 다 보여" "믿을 만한 사람이 없어" "모두들 눈치만 보고 일들을 하려하지 않아" 등은 상사들이 '농땡이'치는 부하직원들에게 즐겨 쓰는 말이다.

증권사 직원 김모(31.대구시 수성구 범물동)씨는 "상사들이 궁예 어투로 부하직원을 나무라면 서로 얼굴을 붉히지 않아도 돼 좋다"며 "'궁예어법'이 절묘하게 상황에 맞아떨어질 때엔 어색하던 분위기가 한순간에 웃음바다로 바뀌기도 한다"고 말했다.

직장인 사이에 유행하는 '궁예 폭탄주'. 병마개를 한 쪽 눈에 끼고 마치 궁예인양 술을 권하면 상대방은 감히 술을 거절하지 못하고 꼼짝없이 마셔야 한다. 극중에서 궁예가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른 것처럼 술자리에서는 병마개를 눈에 낀 사람이 왕으로 행세하는 것이다.

궁예가 착용하는 황금안대, 황금색 의복뿐 아니라 금가루가 첨가된 양주, 화장품, 비누 등 황금색을 주종으로 한 제품들도 앞다퉈 선보이고 있다. 대백프라자 관계자는 "신세대들이 여자연예인의 액세서리 패션을 따라하는 것은 봤어도 사극 주인공을 따라하는 것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최근에는 다음, 네티앙, 라이코스 등 인터넷 동호회에서 '궁예카페' '미륵카페'등 궁예 팬클럽이 20여개나 생겨나 젊은층 사이에서 궁예가 우상으로 자리잡고 있다. 심지어 궁예에 대한 역사적인 평가가 왜곡됐다며 후삼국사의 진실을 가리자는 학구파까지 인터넷에 등장했다.

경북대학교 사회학과 노진철 교수는 "'궁예신드롬'은 급변하는 사회속에서 불안감을 느낀 현대인들이 공통의 소재를 통해 서로 의사전달을 하면서 귀속감과 동료의식을 확보하려데 기인한다"고 말했다.

최병고기자 cb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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