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우리집 주치의-안건조증

50대 아주머니가 두 눈을 감고 남편의 손에 이끌려 진료실에 들어왔다.선천성 안질환으로 실명을 한 것으로 생각했으나 진찰을 해 보니 심한 안건조증이었다. 각막에 상처가 많이 나 있었고, 그것 때문에 통증이 심하고 시력이 나빠져 있었다.

그 아주머니는 혹시 실명하지 않을까 큰 걱정을 했다. 과거 위생상태가 나쁠 때는 손을 잘 씻지 않아 눈에 누런 눈곱이 끼는 결막염이 흔했다. 그러나 요즘은 위생상태가 많이 좋아져 결막염은 드물지만 다른 눈병 때문에 시달리는 사람이 많아졌다.

대표적인 질환이 안건조증이다. 안건조증이란 말 그대로 눈이 마르는 것 때문에 생기는 눈병이다. 눈은 1분에 20번 정도 깜박거려야 공기중의 여러 물질이 눈에 들어오는 것을 쓸어 내고 검은 눈동자(각막)를 매끈하게 유지한다. 그래야만 물체가 잘 보인다. 유리창을 물로 잘 닦지 않으면 바깥이 잘 보이지 않듯 눈도 마찬가지인 것이다.

안건조증이 심하면 검은 눈동자의 바깥쪽 세포가 벗겨지고, 벗겨진 세포가 잘 낫지 않게 되어 시력이 떨어지고 안구 통증도 심하게 된다. 염증도 심하여 눈을 뜰 수가 없게 되는 경우도 있다.안건조증의 가장 많은 원인은 스트레스다.

몸과 마음이 편하면 입안에 단침이 고이고 눈이 촉촉하다는 옛말처럼 안건조증 환자 가운데는 마음이 편치 않는 사람이 많다. 40대가 넘어가면 질병에 대한 공포를 갖게 돼 안건조증이 많은 것 같고, 관절염 당뇨병, 고혈압 등이 있을 때도 안건조증이 잘 온다. 안건조증에 대한 기본 치료는 눈물과 비슷하게 만든 인공 눈물을 넣어 주는 것이다. 심할 때는 눈물의 배출을 막는 플러그를 삽입하고 자가혈청안약을 점안해야 한다. 안건조증 예방을 위한 첫걸음은 마음을 조급하게 먹지 않는 것이다.

넉넉하게 생각하고 욕심을 버려야 한다. '이러다가 눈이 멀면 어떻게 할까'하는 쓸데 없는 걱정도 하지 않아야 한다. 매일 매일 적당한 운동을 하고, 즐겁게 살고, 작은 일에 감사하는 습관을 갖는다면 안건조증은 예방된다. 안건조증은 어떻게 보면 마음의 병인 것이다.

김병규 교수

(계명대 동산병원 안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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