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광주기숙학원 화재 참사

어른들의 안전불감증이 또 꽃다운 8명의 생명을 앗아가고 25명의 부상자를 내는 참극을 불러왔다.

16일 오후 10시42분께 담뱃불로 추정되는 화재로 33명의 사상자를 낸 경기도 광주시 송정동 대입전문 기숙학원 예지학원 5층은 창고를 교실로 불법 용도변경한 것으로 밝혀졌다.

철골 슬라브 구조로 이뤄진 예지학원은 지난 91년 10월 4층 건물로 준공검사를 받았으며 다음해인 92년 2월 4층 옥상에 블록 패널 형식으로 100㎡규모의 5층을 증축했다.

5층 건물은 공식 허가를 받은 합법 증축물로 당초 용도가 창고였으나 학원측은 이 공간을 강의실로 불법 개조해 사용해왔다.

더욱이 학원측은 불이 난 학원 5층을 출입구에서 휴게실을 지나 교실로 들어가도록 개조했다.

출입구 외에 다른 비상구는 설치돼 있지 않았으며 건물에 설치된 창문 2개는 쇠창살로 막혀 있었다.

학원측은 학생들이 휴게실을 흡연실로 사용하고 있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담뱃불로 인한 화재에 대한 아무런 대비책도 세워놓지 않았던 셈이다.

시 당국도 허가만 내줬지 용도에 맞게 사용하고 있는 지에는 관심을 두지 않아 화를 키웠다는 비난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

소방당국은 이날 참사가 휴게실에서 학생들이 버린 담뱃불이 소파에 옮겨붙어 불이 나면서 유일한 대피 통로를 막아 27분이라는 짧은 화재에도 불구하고 33명이라는 많은 사상자를 낸 것으로 보고 있다.

불이 난 교실에는 규정대로 자동화재탐지기가 설치돼 있었고 소화기가 비치돼있어 지난 2월 21일 소방점검에서 '적합' 판정을 받았다.

그러나 이 자동탐지기는 천장에 설치돼 있어 불이 어느 정도 확산돼야 비상벨이 울리기 때문에 불이 출구를 막은 뒤에야 학생들이 화재 발생사실을 알았을 것이라는 것이 소방관계자들의 추정이다.

또 이같은 다중이용시설에 스프링클러를 설치하지 않아도 되도록 규정하고 있는 관련법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소방관계자들은 "화재탐지기가 화재를 초기에 탐지할 수 있도록 기능이나 설치장소를 개선할 필요가 있으며 다중이용시설에는 규모와 상관없이 스프링클러를 설치하도록 법규정이 개정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인천 인현동 호프집 화재 등 대형 화재사고가 날 때마다 당국은 요란한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이번 화재는 이런 대책들이 모두 헛구호였음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사례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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