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1TV 대하 역사드라마 '태조왕건'은 어디까지나 '드라마'. 실제 역사기록과는 적잖은 차이가 있다. 문제는 40~50% 안팎의 높은 시청률을 감안하면 시청자들에게 드라마의 내용이 역사적 사실로 새겨질 우려가 있다는 것. 따라서 드라마의 대본과 역사사료가 부분부분 다르다는 것을 알고 시청하는 것이 올바른 역사이해에 도움이 된다.
먼저 20일 방영되는 120회분 '궁예왕의 최후 장면'도 역사기록과는 사뭇 다르다. 지난 4일 문경 야외세트장에서 촬영된 이 장면은 궁예가 심복인 은부 장군에게 어검을 건네며 자신의 '처단'을 부탁한다.
'보리이삭을 잘라 먹다가 백성들에게 맞아 죽는다'는 고려사 등 문헌상의 기록과는 판이하다. 드라마 인기의 견인차 역할을 해 온 궁예의 영웅적 면모에 걸맞게 최후도 장엄하게 처리한 것이다. 다만 역사왜곡이란 일부 항의가 예상됨에 따라 사료의 내용을 해설자의 내레이션으로 처리하기로 했다.
류영철 영남대 강사(국사학) 등 역사학자들에 따르면 태조왕건은 드라마 시작때 왕건과 견훤의 배역부터가 잘못됐다고 지적한다. 삼국유사와 고려사 등 문헌에 따르면 왕건은 견훤의 10년 아래. 그러나 드라마 초기에 왕건은 소년으로 견훤은 짙은 수염의 30~40대 장년으로 등장했다.
또 태조 왕건이 즉위한지 10년이 되던 927년 7월(고려사)까지 살아있던 후백제의 추허조 장군을 궁예 집권기의 대야성 전투에서 죽여버렸는가 하면, 18세 때 궁예의 위사(衛士)로 출발한 박술희가 신숭겸의 수하로 처음부터 왕건의 심복이 되어버렸다.
장화왕후 오씨(왕건의 두번째 부인)가 대단한 호족의 딸로 묘사된 것도 근거가 없는 얘기다. '고려사 후비열전'에는 '왕건이 나주에 왔을 때 시냇가에서 빨래하던 오씨를 불러 사통, 가문이 한미하기(보잘것 없기) 때문에 아이를 갖지 못하게 하려고…'란 기록이 있다.
이밖에도 왕건이 견훤의 아버지 아자개를 상부(尙父)로 부른 기록이 없으며 오히려 견훤을 그렇게 불렀고, 아자개가 아들과 적대시하며 왕건을 도운 내용도 억측에 불과하다는 것.
대전대 김갑동 교수(사학과)도 "사료가 없는 부분이야 추측으로 메꿀 수도 있지만 사료가 분명한데도 사실과 다른 내용이 허다하다"고 꼬집었다. 후백제의 맹장이었던 '수달'은 육상이 아닌 해상에서 고려군에 사로잡혔으며, '아지태'가 모반을 꾀했다는 내용도 지나친 추측이라는 것이다.
김 교수는 "역사를 단순히 '승자의 기록'이라고들 해석하지만, 예로부터 사관(史官)은 역사를 함부로 조작하지 않았다"며 역사 드라마 제작시 철저한 고증을 주문했다.
드라마 태조왕건의 홈페이지 게시판에도 역사를 바꿨다는 항의성(?) 글들이 심심찮게 오르고 있다. 사료와 다른 장면이 나올 경우 자막처리를 해서라도 역사의 왜곡된 전달을 피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이에대해 태조 왕건의 작가 이환경씨는 "궁예같은 영웅이 아무리 궁핍한 처지가 되었다 하더라도 보리 이삭을 훔쳐먹다가 맞아 죽을 만큼 치졸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드라마의 특성상 승리자의 기록인 실록에만 의존하기가 어려웠다"는 반응이다.
김영철 총감독 등 제작진들도 "정사(正史)에는 빈약한 기록을 보강하고 정확한 역사적 진실 규명을 위해 각종 논문과 개인문집·야사 등도 활용했다"면서도 "드라마는 어디까지나 드라마"임을 강조하고 있다.
조향래기자 swordjo@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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