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진 백암온천이 몰락하고 있다.「관광산업의 대명사」로 불릴만큼 한때 호황을 누렸던 백암온천이 지방자치제 실시 이후 전국에 온천장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나면서 점차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는 것. 직원 인건비만 건져도 다행이라 게 요즘 분위기다. 각 업소는 손님 끌기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한번 떠난 발길을 되돌리기엔 역부족이다.
◇실태
21일 오후 2시 온천단지 내 ㅂ콘도 남자 목욕탕. 350여명을 수용할 수 있는 이 콘도의 대중탕에는 고작 12명의 입욕객만 있었다. 그 중 할인 혜택을 받는 지역주민 4, 5명을 제외하면 순수 관광객은 손으로 꼽을 정도다.
요즘 이 업소의 평일 숙박률은 10∼15% 수준. 예년의 같은 시기에 비하면 턱없이 낮은 투숙률이지만 그나마 인근 다른 호텔에 비해 사정이 나은 편이다.
같은 날 오후 인근 ㅂ호텔. 여느 때 같으면 전국 각지에서 몰려든 관광객들로 문전성시를 이루던 커피숍이 한산하다 못해 인기척조차 없었다. 서빙을 하는 여직원만이 계산대를 지키고 있었다. 여직원은 "잠시 휴식을 취하기 위해 찾는 사원들을 제외하곤 커피숍을 이용하는 손님은 거의 없다"고 했다.
호텔 투숙객을 상대로 영업하는 인근 식당.술집은 그야말로 죽을 맛이다.
실제로 영세상인들을 위해 군이 마련해준 백암상가 내 27개 점포중 문을 닫은 곳이 10여개. 국민관광지로 각광받던 백암온천이 관광객들로부터 외면당하고 있는 것이다.
◇백암온천 현황
백암온천은 천연 알칼리성 라듐 성분을 함유한 국내 유일의 방사능 유황 온천. 온천수에 나트륨과 칼슘 등 몸에 유익한 성분이 많이 함유돼 있어 만성피부염, 중풍 환자 등이 즐겨 찾는 보양온천으로도 유명하다.
1979년 12월 국민관광지, 1997년 1월 관광특구로 지정됐다.
현재 백암온천단지는 0.157㎢로 호텔 7개, 대기업체 연수원 3개, 여관 10개 등의 시설이 있다. 199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백암온천은 동래, 유성, 수안보, 부곡온천 등과 함께 전국 5대 온천장의 하나로 각광받았다.
당시 백암을 찾은 관광객 수는 연간 150만명 정도.
전종윤 울진군 통계담당자는 "통계로 본 90년대 초 백암온천 관광객 수는 성류굴, 월송정, 불영계곡 등 군내 주요 명승지 전체를 찾는 관광객 수와 맞먹을 만큼 지역경제 활성화에 적잖은 보탬이 됐다"고 했다.
◇관광객 감소 원인
업계 관계자들이 꼽는 관광객 감소의 가장 큰 원인은 희소성 결여. 지자제가 실시되면서 각 지자체마다 경쟁적으로 온천 개발에 나서 상대적으로 희소가치가 떨어졌다는 것이다.
또 70∼80년대 낡은 시설이 대부분인데다 특별히 즐길만한 놀이시설, 즉 부대시설이 없어 관광객들의 다양한 욕구를 충족시켜주지 못하고 있는 것도 경쟁력 약화 요인의 한가지라고 말한다.
여기에다 경제한파와 관광객 감소로 매출이 급감하자 유흥업소들이 손님을 끌기 위해 속칭 '삐끼'라는 호객꾼을 동원해 불법영업행위를 일삼고 있는 것도 관광울진의 이미지를 크게 훼손시키고 있는 것.
관광객 이윤정(32.경기도 광명시.여)씨는 "호객꾼들은 손님을 유치하려 길을 막고 귀찮을 정도로 따라 다니다가 관광객들이 다른 업소를 선택할 경우 욕설과 주차방해도 서슴지 않는데다 심지어 객실까지 들어와 명함을 건네는 등 호객행위가 위험수위에 달하고 있다"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불친절과 고질적인 바가지 요금도 관광객들의 발길을 돌리게 하는데 한 몫하고 있다. 최근들어 위기위식을 느낀 호텔업계와 번영회, 상가연합회측이 앞다퉈 호객행위 근절과 친절운동을 벌이고 있지만 돌아선 관광객들의 마음을 잡는데는 역부족이다.
◇대책은 없나?
전문가들의 진단은 한마디로 "이대로는 안된다"는 것.
경주대 관광개발학과 정원일교수는 다른 지자체와의 차별화 전략 수립을 강조했다. 장기적으로는 온천욕의 주고객이 노년층인 만큼 실버타운 개념을 도입한 실버관광지 조성이나 성류굴 덕구냉천탕 등 주변 명승지와 연계한 관광벨트화를, 단기적으론 전국 게이트 볼 대회 개최 등 관광객 유인책 수립이 필요하다는 것.
정교수는 "자금 동원력과 운영능력에 한계가 있는 기초 지자체로선 무리한 신규투자보다는 수요 분석을 바탕으로 한 차별화 전략으로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성류파크호텔 조남주 사장은 "목욕문화가 우리보다 앞선 일본도 10여년전 온천산업이 몰락위기를 맞았으나 스포츠센터 건립 등 젊은층 기호에 맞는 문화와 접목시켜 활로를 찾았다"며 "도나 정부차원의 지원과 대책수립이 시급하다"고 했다.
울진군 장현식 지역계획담당은 "숙박시설밖에 없는 백암온천에 놀이시설과 운동시설을 접목시킨 종합관광지로 개발하기 위해 최근 경북도에 국토이용계획 변경 승인신청을 해 둔 상태며, 백암산 도립 공원화도 같은 맥락에서 추진하고 있다』고 했다.
울진. 황이주기자 ijhwan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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