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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덕의 대중문화 엿보기-사랑 끝나면 울지도 못하는 40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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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너를 만나 어린아이가 되었고 너는 나를 만나 어른이 되었구나'. 당초 약속한 20부작으로 일요일 종영되는 KBS 2TV 주말드라마 '푸른 안개'는 성재가 신우를 보내고 신우는 민규와 결혼하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그러나 성재는 홀로 남는다.

'나는 이혼하고 병들어 술 한잔도 못 먹는데 죽음이 없으면 삶이 없구나' 정호승 시인은 이혼 후의 정신적.육체적 고통을 이렇게 표현했다. 사람들은 이별의 아픔을 사치스럽게 생각한다지만 이별은 죽음과 같은 거라는 건 사랑을 경험한 사람은 안다. 성재는 정말이지 단 하루만이라도 신우와 살고 싶었다. 영화 '파리 실낙원'의 40세의 디안은 변호사인 남편을 버리고 우연히 20대 청년을 사랑한 후, 이렇게 말한다. '40대엔 사랑이 끝나면 울지도 못해'. 성재는 울 수도 없다. 신우와 처음 만날 때부터 비극이 오는 걸 알았으나 막을 수 없었던 것처럼.

마지막 일요일분을 촬영 중이던 표민수 감독은 필자가 연출의도를 묻자 "40대가 자아를 찾고 사랑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해서"라고 답한 후 "사랑은 직업, 연령, 환경과 관계없는 정서"라고 말했다.

드라마를 보는 이유는 첫째가 재미, 다음이 감동. 하지만 바탕에는 일상성을 담보로 한'리얼리티'가 있어야 한다. '푸른 안개'에는 작가 이금림의 말처럼 머슴같이 일하고 배부른 돼지 같이 살아온 40대와 당당하고 눈부신 20대의 사랑이라는 현실성(?)이 있다. 결혼은 세 번해야 한다는 이가 있다. 20대는 연상의 여자와 만나 세월을 배우고, 40대는 연하와 불꽃같은 사랑을 하고, 이후는 동갑을 만나 친구로 살아야 한단다.

얼마 전 만난 이경영은 "시골학교 선생님을 일년만이라도 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과거 아이가 있는 여자와 결혼해 화제가 되었던 그는 지금 혼자 살고 있다. 그리고 한 달에 한번은 아이를 보기 위해 전 부인을 만난다고 했다. 그래서일까. 이경영의 연기는 참으면 더욱 눈물이 난다.

'푸른 안개'가 건강한 이유는 드라마라는 안전판 위에서 마음껏 안개 속을 헤맬 수 있기 때문이다. 거기에서 40대는 죽을 것 같은 사랑을 하고 일상을 배신할 수 있다. 이혼신고센터(?) 앞에서 부부싸움하는 이들과 함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모욕 받았다는 아내와 헤어질 수도 있다. 그러나 이 주가 끝나면 주말 밤 9시에 아파트 베란다에서 담배를 피우는 40대의 모습을 더 이상 볼 수 없을 것 같다. 친근한 그리고 그리운 우리들의 40대를.

sdhantk@yahoo.co.kr

대경대 방송연예제작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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