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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무한 개그가 장안의 화제다. 딱 세 마디로 종료되는 개그. 상황 설정을 위한 진지한 첫 마디 4초, 허를 찌르는 두 번째 응답 1초, 허탈한 체념 1초, 개그 끝. 이진환과 손헌수의 '허무 개그'는 무뚝뚝한 말투에서 나오는 썰렁한 대사가 압권이다. 연예인들의 '개인기'에 식상한 사람들은 이제 '허무 개그'에 열광(?)하고 있다. 허무 개그 신문선 버전, '신문선: 골! 골이에요. 아나운서: 알아. 신문선: 어, 그래'. 허무 개그 오빠 부대 버전, '오빠 부대: 꺅! 오빠. 스타: 너보다 어려. 오빠 부대: 네'. 참 허탈하고 허무하다. 허무 개그의 묘미는 바로 이처럼 지극히 당연하고 정상적인 대사로 사람을 황당하게 만드는데 있다.

이제 '허무'의 발호 앞에 '엽기' 시대는 그 종언을 고하고 있다. '허무 개그'에 대해 어떤 반응을 보이느냐에 따라 신.구세대를 나누는 방식은 이미 보편화되었다. '허무 개그' 앞에 깔깔거리면 신세대고, '뭐가 웃겨?'라고 반응하면 구세대다. 인터넷에는 '허무 개그' 사이트가 속속 등장하고 있고, 각종 허무 유머가 가상 공간을 통해 폭발적으로 생산.회자되고 있다. 여기에다 TV 광고 패러디, 영화 명대사 패러디에 역사 속 위인의 말씀 패러디까지 '허무'의 질주는 계속되고 있다. 이순신 장군: 내 죽음을 알리지 마라. 병사들: 네에∼(무덤덤하게).

'허무 개그'가 이 같은 인기를 끌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허무 개그는 여러 가지 골치 아픈 삶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머리 굴리지 말고 단순하게 살아가라는 메시지를 함축적으로 표현하고 있기 때문에 인기란다. 인간 관계에 있어서도 이해득실을 꼼꼼히 따지고 드는 보통 사람들의 자화상을 빈틈없이 꼬집기에 후련하단다. 또 고생 끝에 마침내 도달한 경제적 풍요가 가져다주는 우울한 허상 앞에 한없이 허탈해진 우리들의 삶을 적나라하게 투영하기 때문이기도 하단다.

최근에는 정치판에도 마침내 '허무 개그'가 등장했다. 이름하여 '43시간 허무 개그'이다. '갑: 가문의 영광입니다. 태산같은 성은에 감사드리며 목숨을 바칠 각오로 충성을 다하겠습니다! 을: 나가! 갑: 네'. 역시 정치권의 허무 개그는 수준에 맞게 고상하도록 허무하다.

동양대 경영정보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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