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한국 네마리 용에서 탈락하는가

우리나라의 국가경쟁력이 세계 64개국 중 22위로 중상위권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나 외환위기 이후 정부가 추진해온 경제개혁정책에 강한 의문을 던져주고 있다. 특히 아시아 네마리 용(龍)가운데 꼴찌라는 분석은 충격적이다. 30일 한국산업정책연구원의 '2001년 국가경쟁력보고서'에 따르면 부존자원이 크게 부족한 우리나라는 이를 극복해야할 인프라, 시장의 크기와 질, 경영여건 등이 하위권에 맴돌고 있으며 기업의 의사결정, 기업전략, 금융산업의 효율성, 중앙은행의 정책대응 등은 부끄러운 수준임이 드러났다. 개혁의 주체가 돼야할 근로자, 정치가 및 행정관료 등 인적요소마저 경쟁력은 모두 수준 이하여서 어디서부터 실마리를 풀어야 할지 혼란스럽다.

외환위기 이후 우리의 정책목표는 경쟁력 강화였다. 그런데도 22위라는 수치는 경쟁국인 싱가포르(2위) 홍콩(3위) 대만(15위)과는 더 이상 경쟁상대가 될수 없음을 의미한다. 무엇이 80년대 선두를 지켰던 용을 오늘날 '추락하는 용'으로 전락시켰는가.

경쟁력 강화를 위한 목표는 바로 효율성과 투명성 제고다. 효율성의 문제는 이번 보고서에서도 지적됐다. '저비용, 고효율'을 통한 개도국형 경쟁력을 추구하다보니 우리보다 훨씬 저임금인 중국과는 직접경쟁 상대가 안된다는 것이다. 선진 첨단기술은 따라잡지 못하고 후발국으로부터는 강력한 도전을 받고있는 한국의 넛 크래커(nut cracker) 신세를 극명하게 드러내 주고 있다.

투명성은 더 취약하다. 미국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가 지난 3월 35개국을 대상으로 조사한 '세계 경제불투명성 지수' 에 따르면 한국은 중국.러시아.인도네시아.터키에 이어 다섯번째로 불투명성 지수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KDI의 최근 국민경제의식 조사 결과 '경쟁보다 연고가 더 중요하다'는 풍토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우리는 지금 경쟁력강화를 위한 기반도 확보하지 못한 채 모래성을 쌓고 있다. 경쟁력은 '구호'만으로는 안된다. 뼈아픈 자성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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