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학자들은 21세기를 교육의 세기라고 말한다. 지식사회, 정보화사회니 만큼 교육이 중요해진다는 말이다. 경쟁과 교류를 증대시킬 세계화 추세도 교육의 중요성을 크게 만든다. 이제 교육은 교양의 수단이기 전에 생존의 수단이다. 21세기에는 개인의 경쟁력 뿐만 아니라, 기업의 경쟁력도 사람의 지식과 기술에 달려 있다. 국가 경쟁력도 마찬가지다. 선진국들마다 교육개혁에 열을 올리는 것도 그 때문이다.
일단 교육이 생존의 조건이 되는 21세기는 대구와 경북에게는 절호의 기회일 수 있다. 대구와 경북이 오랜 학문의 전통을 갖고 있는데다, 대학이 많아 훌륭한 교육-연구 인프라를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적인 수준의 경쟁력을 갖는 미래산업이나 전문기업이 별로 없는 대구의 경우, 교육은 지역경쟁력을 지켜낼 어쩌면 유일한 희망일 수도 있다.
그러나 교육도시요, 학문의 고장이라는 사실이 곧바로 대구.경북의 희망일 수는 없다. 보다 중요한 문제는 자랑스런 학문의 전통을 새 시대의 요구에 맞춰 혁신적으로 계승해 내는데 있다. 뒤질데 없는 교육-연구 인프라를 그 경영자들이 새로운 교육 패러다임에 맞춰 운영해 내는데 있다. 그것은 한마디로 의식과 문화의 문제라고 할 수 있다. 교육의 내용과 틀을 새 시대이념에 맞춰 부지런히 혁신해 내는 마인드, 교육 현장이 생동감과 창의력으로 넘쳐날 수 있게 하는 지혜, 새로운 정보와 지식을 창출하고 또 확산시켜 내는 지적 능력을, 대구와 경북의 교육 관계자들이 갖고 있는가 하는 점이 희망과 절망의 분기점인 것이다.
이 지점에 오면 사실 가슴이 답답해진다. 그와 같은 혁신 마인드와 진취적이고 열린 민주주의 등은 대구경북의 교육현장이 매우 취약해 보이기 때문이다. 교육을 통제와 벽돌찍기 쯤으로 생각하고 서울대에 많이 보내는 것을 선진교육의 잣대로 여기는 낡은 패러다임이 여전히 팽배해 있는 것이 지역 교육계의 현실이기 때문이다. 낡은 기득권과 고루한 위계질서를 지키기 위해 합리적 비판을 수용하지 못하는 권위주의적인 학교행정 문화가 강력하게 온존해 있기 때문이다. 원시적인 학내문제들에 발목잡혀 연구와 교육이 치명적으로 피해를 보고 있는 대학들 또한 적지 않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초중등교육을 책임질 교육감 선거를 앞두고, 예비 후보와 학교장 등이 부정선거 혐의로 구속되거나 물의를 빚기까지 했다. 지역 대학의 총장과 부총장이 유례없이 법정구속되는 일까지 있었다.
교육행정과 교육 현장의 부끄럽고 낡은 문화를 혁신하지 못한다면, 오랜 전통의 학문과 훌륭한 교육-연구 인프라는 오히려 지역발전의 굴레일 수 있다. 교육에서마저 희망을 일굴 수 없다면 대구.경북은 사실상 절망적이다. 대구.경북의 희망이어야 할 교육이 오히려 절망의 근거가 되지 않도록, 지역민 모두가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먼저 지역 교육계의 뼈를 깎는 혁신 노력이 절실하다. 교육의 혁신 과제는 일차적으로 교육자의 몫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교육자의 노력만으로는 어렵다. 교육부와 지방 교육청이 교육혁신의 방향을 정확하게 설정하고 교육현장의 혁신 노력을 적극 뒷받침해 줘야 한다. 교육 현장의 혁신 노력에 오히려 찬물을 끼얹는 구태가 계속되어서는 안된다. 지방자치단체 또한 지역 교육을 살려내는 일에 방관자여서는 안된다. 학교의 운영과 교육감 선거에까지 참여하게 된 학부모들도, 이제는 교육 혁신의 주체로서 책임있게 행동해야 한다. 교육을 혁신해 내야 지역민 모두가 살고, 지역이 밝은 미래를 일굴 수 있는 것이다. 홍덕률(대구대교수 사회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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