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다큐의 재미는 숨겨진 사실을 폭로, 고발, 사태의 흐름을 역류시키는데 있다. 시청자들은 감춰진 사실을 기자가 하나하나 더듬어 실체에 다가갈 때 짜릿한 공감을 맛보게 된다. 1일 MBC TV가 내보낸 '이제는 말할 수 있다'의 '3억불의 비밀-한일협정'은 우리 현대사에서 가장 졸속으로 체결된, 그래서 한일합병조약에 버금간다는 한일협정을 둘러싼 한.미.일 국제 흥정의 탐사 고발장이다. 당시 한.미.일 협상 주역들의 비인도성과 몰민족성을 사실의 법정에 세운 것이다.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박정희 장군은 경제개발로 국민의 환심을 사 정통성 부재를 만회하기 위해 일본과 협상을 강행, 1965년 6월 22일 오후 5시 한일협정에 조인한다. 식민지배의 범죄행위에 대해 사과받기는커녕 3억달러 무상 '경제지원금'으로 받는데 만족한다(2억은 유상). 또 미국을 방문, 일본과 손잡는 조건으로 정권을 승인받는다. 이 시사 다큐는 일본의 사과와 배상을 끈질기게 요구하는 북한의 태도를 대조적으로 보여준다. 내레이터는 언젠가 북-일조약 때 일본의 사죄를 조약문에 넣거나 보상협정이라도 새로 체결해야 함을 강조한다. 한일협정에서 정신대, 징용, 징병으로 인한 민간인 배상은 철저히 배제됐기 때문이다. 한국조차 이들을 버린 것을 이 프로는 '고발'한다.
한-일 협상을 실제 주도한 국가가 미국임을 폭로한 것은 이 프로의 백미. 중국의 힘의 우위를 막기 위해 한-일이 손잡을 것을 원했고 그래서 러스크 국무장관이 직접 양국으로 날아가 협상을 독려한다. 이 사실은 일 외무성 극비문서, 협상 타결 날짜까지 박은 미 국무성 문서, 당시 주일대사 글라이스틴의 증언 등이 뒷받침한다.
이 시사 다큐에 주목하는 또 한가지는 교육적 효과. 실용교육에 뒤지는 우리 교육, 특히 역사교육은 현재의 문제보다 '찬란한 고대의 영광'을 되새기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 프로는 현재의 문제를 국제적 시각으로 짜임새있게 다뤘다. 탐사보도의 결과가 밝혀낸 사실의 의미, 교훈이 현대생활의 지침이 될 수 있다. 이 점에서 입체적인 MIE(Media In Education)로서 교육효과가 기대된다.
미디어모니터회 여은경 eunkyung051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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