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주간데스크-시.도통합

일전에 이의근 경북지사가 꺼낸 시.도 통합 얘기는 별다른 반향도 없이 그냥 지나갔다. 서울 출장길에 몇몇 기자들과의 환담 도중에 끄집어 낸 말이어선지 언론조차 별로 주목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이 지사의 코멘트는 뭔가 느껴지는 게 있는 것 같고 이런저런 궁금증을 흘리고 있다. 무엇보다 이 지사가 왜 시점에, 오는 7월이면 대구시가 경북도에서 독립.승격한 지 만 20년째이고, 내년 지방선거를 꼭 1년 앞둔 시기에, 시.도 통합을 거론하고 나섰느냐는 점이다.

그리고 제3자도 아닌, 통합의 한 대상인 자치단체의 장이, 대단히 예민하고 폭발력을 지닌 이슈를 스스로 제기하려 하는가 하는 의문이 든다. 보기에 따라서는 두번씩이나 못 지킨 자신의 임기내 도청이전의 딜레마를 벗어나려는, 3선 출마를 향한 '연막탄'이며 '이슈 조작'이라는 오해의 소지까지 낳으면서 말이다.

남남처럼 따로도는 대구.경북

만약에 개인적 정략 차원에서 한번 띄워 본 애드벌룬이 아니라면, '관선' 1년을 포함해 7년째 경북도정의 최고 책임자로서 대구와 분리상태서의 '한계'를 절감했다는, 그 나름의 고백이라면 한번 음미해 볼 만한 발언인 것이다. 대구와 경북이 남남처럼 따로 도는 지금 상태에서는, 대구의 미래도 경북의 장래도 담보할 수 없다는, 그런 충정에서 나온 말이라면 어쨌든 관심이 쏠리지 않을 수 없다는 생각이다.

따지고 보면 대구시와 경북도는 5공 정권이 강제 분리한 이후 건건이 상대와 울타리를 세웠다. 적어도 주민들이 보기에는 지방자치 이후 더 심해진 면이 없지 않다. 물론 독립적 자치행정의 측면에서 보면 대구와 경북이 각기 갈 수밖에 없는 점들이 많지만, 정서적 뿌리를 함께 하는 대구시민과 경북도민의 입장에서는 안타까운 게 한 둘이 아닌 것이다. 그로 인해 동일한 문화와 역사성, 생활권을 가진 대구와 경북은, 불필요한 경쟁으로 서로 힘을 빼고, 중복투자에 따른 낭비와 옹졸한 관할주의 또는 이기주의로 서로 따로 돌며 점점 멀어진 게 사실 아닌가.

기실 이 지사가 아니더라도 시.도 통합은 학계, 정치권 아니면 일부 주민들 사이에서 하나의 흐름을 타고 있다. 시끄럽게 찬반 양론에 휩싸여 있는 전남과 광주의 통합문제, 한나라당이 내년 대선 공약으로 다듬고 있다는 '지방행정체계의 개편안', 정부와 여당이 추진중인 전국행정구역 개편도 그 중의 하나다. 흔히 통합찬성론자들은 지금처럼 주민의 생활환경은 도외시한 채 고비용 저효율의 낭비적 요소가 많은 행정구역 체계의 시급한 구조조정을 주장하고 있다. 조선 말기와 일제 초기에 잡힌 행정구역을 골간으로 중앙집권체제에 적합하도록 유지해온 현 지방조직은 어떻게든 손질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불필요한 경쟁.낭비 유발

통합론자들은 그동안 국토개발.도시화.산업화에 따라 큰 변화를 겪고 있는 주민 생활권과 행정구역의 불일치로 국민들이 막대한 피해와 고통을 입고 있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따라서 국가 운영상의 행정적 비용을 줄이고 지방자치의 경쟁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지방조직을 '확' 바꾸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리 간단해 보이지 않는다. 대구.경북의 통합만 해도 그렇다. 경북쪽은 몰라도 대구는 통합 얘기만 나오면 시큰둥한 반응이 대체적인 것 같다. 무조건 반대파에서부터, 양쪽의 재정자립도(대구 75.5% 경북 31.9%)를 들이대며 대구가 큰 손해를 본다는 주장, 경북지역 전출을 겁내는 공무원 집단, 600만 자치단체의 광역장 탄생을 달가워 않는 정치권 등등이 목청을 높이며 '노'다. 이런 분위기에서 이 지사가 "시.도통합은 대구에 경제력 집중과 사회.문화적 위상의 격상을 가져다 준다"고 정색을 해봤자 기대하는 메아리가 울리겠는가.

결국은 국가행정의 틀을 바꾸는 혁명적 조치가 작용하지 않는 한, 엄청난 혼란과 반발이 불보듯 뻔한 지방조직의 개편은 지난한 과제일 수 밖에 없다.

공동번영위한 상호협력 필요

그렇다해서 대구와 경북이 계속 따로 돌 것인가. 중앙예산을 따러 갈 때 합동 전략을 짜고, 막대한 예산을 쏟아부은 월드컵경기장을 공동 사용할 수는 없는가. 가뭄현장에 대구사람들이 먼저 뛰어가기는 어려운 일인가. 양쪽 모두 대구와 경북의 공동번영을 모든 정책의 최우선에 앞장 세울 수는 없는가. 진지하게 숙고할 때가 아닌가 싶다. 김성규(사회1부장)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