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답사전문 가이드 양성

요즘 경주의 문화단체들이 무척 바빠졌다. 찾는 외지인들의 태도가 바뀌었기 때문. 전에는 그저 둘러 보는 관광이라만 생각하고 자기네들 끼리 차를 타고 다니며 유적들을 대충 살피고 떠났었다. 하지만 지금은 오히려 '답사'라는 말이 더 어울릴 정도로 세심하게 살피려는 경우가 많아, 결국 현지 전문가들의 도움을 요청하게 되는 것이다.

◇답사로 바뀐 방문객들 = 수학여행도 전과 많이 달라졌다. 수박 겉핥기식 여행이 아니라 테마를 정한 뒤 집중적으로 살피는 주제 답사로 바뀌는 추세.

현지에서 13년째 답사를 계속하고 있는 손수협(36)씨는 이런 쪽으로 방향이 바뀌는데는 8년 전에 출간된 유홍준 교수의 '문화유산 답사기'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그리고 그것이경주 현장에서 가이드 요청으로까지 본격 구체적화된 것은 작년쯤부터라는 것.

대충 추산해 경주 방문단 중 전문적인 가이드를 요청하는 경우는 연간 300여팀 될 것이라고 손씨는 판단했다. 자신이 소속돼 있는 '신라 사람들' 경우 지난 봄에 50여팀을 안내하는 등 연간 가이드 건수가 100건을 넘어 설 것이라는 얘기. 여름.겨울에는 주로 학술적인 접근을 바라는 대학원생 등이 가이드를 요청한다. 그러나 점차 연중 내내 도움 요청이 이어지는 추세라고 했다. 외국인비중은 5% 정도.

'신라 사람들'의 도움으로 경주를 답사했던 김병윤(50, 대구 침산동)씨는 "전문가 가이드는 아이들과 함께 하는 답사에 없어서는 안될 필수적인 것임을 느꼈다"고 했다.

◇전문 가이드들 = 방문객을 제대로 가이드하려면 스스로 도취해 오랜 세월 구석구석을 답사해 온 전문가들이 필요하다. 전문적 가이드는 직장인들이 중심된 '부처님 마을'이라는 단체가 10여년 전부터 불교 유적 알리기를 위해 남산 안내에 나선 것이 기원을 이뤘다고 손씨는 말했다.

그 후 이들은 '신라문화원'(054-774-1950) '신라문화진흥원' '신라 사람들'(054-749-7770) 등 단체를 만들어 나왔다. 그 중 직업적으로 가이드하는 대표적 단체는 '신라 사람들'. 여기에는 상근하는 전문가 6명과 비상근으로 외국어 가이드를 맡는 2명 등 8명이 활동 중이다.

하루 가이드 비용은 대체로 10만∼15만원선. 하지만 가이드들은 "아직은 생계가 되지 않아 순수한 신라 사랑에 바탕한 봉사 성격이 강하다"고 했다. 요즘은 인터넷 홈페이지 같은 것이 수요자와 연결하는 중요한 통로가 되고 있으나, 그래도 한번 안내 받아 본 사람들의 입을 통해 소개되는 경우가 더 많다는 얘기였다.

연결되면 경주 시내의 쉽게 접근 가능한 유적.유물들은 물론이고, 가이드 없이는 제대로 살피기힘든 남산, 인근의 조선시대 마을.유적인 양동마을.옥산서원 등도 부탁할 수 있다.

가이드 전문가들은 일반 전문가 및 애호가들과 함께 '신라문화 동인회'를 만들어 연구 활동을 함께 하고 있기도 하다. 80여명의 회원들은 유적.유물을 정기적으로 답사 토론하고 어린이 박물관학교를 운영해 새싹 교육도 담당 중. 우병익 회장은 "회원 모두가 신라의 역사를 소상하게 알릴 수있는 전문가이드 자질을 갖추고 있다"고 했다.

◇가이드 본격 양성해야 = 하지만 현장을 뛰어 다니면서 직업적으로 활동할 가이드가 특히 봄.가을 수요 급증기에는 부족하다고 관계자들은 말했다. 더우기 전문성을 충분히 갖춘 사람이 부족, 경주 진흥을 위해서도 계획적인 양성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적잖다.

현재 필요한 소양을 길러 주고 있는 곳은 신라문화원, 박물관대학 등. 신라문화원 경우 6개월∼1년 과정의 '경주 문화유산 길잡이' 강좌를 개설해 운영하고 있다. 가르치는 사람도 모두 현장 답사 경력이 넘치는 전문가들.

손수협씨는 그러나 "통역이 따라 오긴 하지만 중국.몽골인 관광객이 증가해 이 부분 어학 능력을 갖춘 전문 가이드 양성도 시급하다"고 했다. 또 "가이드가 붙더라도 보다 잘 경주를 이해하게 되려면 찾는 사람 본인이 풀밭에 있는 돌 하나라도 경주 것은 다르다는 인식을 갖추는 것이 더 긴요하다"고 했다.

◇신라문화원=진병길 신라문화원장은 이러한 인력난 해결과 경주를 찾는 관광객들에게 경주를 제대로 알리고 우리문화의 우수성과 소중함을 일깨우기 위해 '경주문화유산 길잡이'강좌를 개설했다.

강좌는 6개월에서 1년 과정으로 매주 목요일 저녁 7시부터 9시까지 진행된다.

경주의 역사를 비롯한 불교문화와 주제별로 신라의 능묘,불상과 탑의 이해,불국사,석굴암,신라의 전설,남산의 역사와 유물,신라의 왕경유적등 경주전반에 걸쳐 체계적으로 강의한다.

또 강좌의 특징은 강의를 맡은 강사진 모두가 현장 가이드 경험이 풍부한 국립경주박물관 학예연구관,위덕대·동국대 박물관 학예연구사,신라문화원 전문위원등 현장안내가 풍부한 각분야 전문가들로 구성되어 있다.

이근직교수(경주대)의'경주의 역사'를 주제로한 첫날 강의에 예상보다 훨씬 많은 50여명이 등록해 경주시민의 문화에 대한 관심도가 높음을 실감케 했다.

전시민을 관광가이드화를 제창한 신라문화원은 최근 경주를 안내하는 길잡이 경주남산지도를 제작 했다.

지도에는 새로운 유적지,변경된 명칭,등고선 기입으로 더욱 세밀하게 했다.남산지도 출판기념식과 남산자료전시회도 가졌다.(054)774-1950.

◇신라문화동인회=80명으로 구성된 회원들은 문화재의 보고인 경주지역의 산재한 문화유적지를 정기답사에 나서는등 하루 일과가 바쁘다.

또 시민들에게 문화강좌와 자라나는 새싹들에게 문화재의 중요성을 일찌감치 일깨워주기 위해 어린이박물관학교를 운영하고 있으며 향토사연구와 타지역 문화예술단체와의 교류도 활발하다.

우병익 신라문화동인회회장은『회원 모두가 경주를 찾는 외지인들에게 신라의 역사를 소상하게알릴수 있는 전문가이드로서 자질이 갖추져 있다』고 말했다. (054)749-7770.

◇신라사람들(대표 최승욱)=회장을 비롯 회원 4명으로 구성돼 알찬운영을 하고 있는 이들은 수학여행,강의,안내,체험학습등 문화재교육사업에 희생과 봉사를 아끼지 않고 있다.

문화재 답사 및 설명을 위해 문화재정보센터를 운영하고 있으며 로컬가이드로서 외국인 안내를 도맡아 해오고 있다.(054)749-7770

경주를 찾은 김병윤(50.대구시 북구 침산동)씨는『경주 유적지를 신라사람들의 안내로 자녀들의 체험학습을 가질수 있는 멋진 기회가 되었다』고 말했다.

◇ 경주박물관대학(회장 김원주)=국립경주박물관은 초중고생을 대상으로한 박물관학교를 매년 3월부터 12월까지 개설한다.(054)772-5273

48년의 역사를 가진 박물관 학교는 매년 100여명의 졸업생을 배출하고 있으며 우리 전통문화를 올바르게 전달하는 교육장이 되고 있다.

이와는 별도로 매주 수요일 오후2시 부터 2시간씩 개설되는 박물관대학은 피교육자가 대부분 성인들로 졸업생중에는 상당수가 가이드로 진출 했다.

또 경주를 찾는 관광객들에게 우리문화를 올바르게 전달하기 공부하러온 가이드등 으로 강의실을 메우고 있다.

◇전시민 관광 가이드화=경주시와 경북도에 등록된 외국어 통역원은 영어 11명,일어 19명,중국어 7명등 총36명이다.이들의 일당은 영어 일어 구분없이 10만원,

대학에서 영문과를 나와 공직생활을 마감하고 퇴직한 권규찬(66.경주시 성건동)씨는 요즘 영어통역으로 소일하고 있다.권씨는 외국사람들에게 값있는 우리문화유산을 온종일 소개하고 나면 가슴 뿌듯함을 느낀다고 했다.

권씨는 어학 붐이 일면서 갑자기 가이드가 많아져 이제 밥벌이가 잘안된다며 웃었다.

2년간 일어 통역을 맡아온 손복록(39.여,경주시 황성동)씨는 그동안 8회에 걸쳐 일본을 다녀온 일본통.

혼자서 취미삼아 공부한 것이 이제 프로가 된 손씨는『일본인들에게 우리의 훌륭했던 불교문화를 소개하고 나면 기분이 상쾌하다』고 말했다.

경주.박준현기자 jhpark@i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