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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섭씨 시조집 '비단헝겊'-강인한 남성적 사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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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달성출신의 시조시인 박기섭(한국통신 군위전화국장)씨의 시조집 '비단헝겊'( 태학사)이 '우리시대 현대시조 100인선' 중 54권으로 출간됐다. 1980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당선이후 대구와 중앙의 각종 시조문학상을 두루 수상한 박 시인의 시조세계는 한마디로 '견고한 지조의 미학'이다.

그의 시세계를 이끌어 가는 원동력은 바로 저항과 긴장의 몸짓에서 생겨나고 있는 것이다. 그의 작품속에 흐르는 견고하고 강인한 남성적 사유와 정서는 얼음덩어리 속에 새겨진 직선의 흔적을 '버티다 터진 물의 실핏줄'로 규정한 것에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가혹하게 주어진 환경에 맞서는 존재의 몸짓을 시적 상상력의 가장 주요한 핵심으로 거머잡으려 하는 것, 그같이 가열한 저항의지는 그래서 부드러운 곡선이 아니라 모난 직선의 형상을 취하곤 한다.

'못'을 통해 구현하는 저항과 상처의 견고하고도 강인한 이미지, '푸른 대나무'와 ' 댓돌'의 고고한 정신은 '매천(梅泉) 생각'이란 시조 전문에서 상승효과를 보인다. 지리산 자락 천은사 내린 물과 만난 '청대숲 그늘에 일던 당대의 오만'. 그것은 곧 순국지사 매천 황현의 곧은 지조를 기리는 이미지의 부상이 아닌가.

시인은 대체로 자연의 사물들이 갖는 견고하거나 강인한 속성을 주목하고 그 속에서 남성적인 삶의 자세를 찾아내는데 시적 상상력을 집중하고 있다. 이육사의 '광야'나 조정권의 '산정묘지'를 떠올리는 강건한 시적개성이 참으로 미덥다.

조향래기자 swordjo@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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