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한국인 게놈 지도

우리가 가장 부담스러워 하고 공포를 느끼는 질병은 무엇인가. 세계보건기구는 인구의 노령화, 운동 부족, 음주와 흡연 등으로 암과 같은 비고통성 질환이 앞으로 20년 내에 전세계에서 발생하는 질병의 대부분을 차지할 것으로 내다보기도 했다. 실제 우리나라 국민은 전 생애의 10년 이상을 각종 질병에 시달리며, 국민 중 56%가 고혈압.당뇨 등 만성 질병을 한 가지 이상 갖고 있다는 조사도 나왔다. 이로 인한 사회적 손실액은 놀랍게도 연간 7조6천억원에 이른다고 한다.

▲20세기가 물리학의 세기였다면, 21세기는 생물학의 세기가 되리라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생명공학인 게놈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인류는 사상 처음으로 생명체가 가진 유전 정보 전체를 해독함으로써 생명 연장의 꿈, 불치병과 난치병으로부터의 해방, 삶의 질 향상 등의 실현을 눈앞에 두게 된 셈이다. 인간의 존엄성을 헤치는 등 부정적인 측면도 없지는 않으나 인류의 보편적인 꿈을 부풀게 하고 있다.

▲한국인의 유전 정보를 담은 게놈 지도 초안이 완성됐다는 낭보가 들린다. 이 초안의 완성은 우리의 주요 유전자의 정보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함으로써 우리가 잘 걸리는 질병 연구의 첫 단추가 끼워졌다는 의미를 가진다. 특히 공포의 대상이 되고 있는 당뇨병.고혈압.암.골다공증.천식.면역 결핍.관절염 등 7가지 질환과 관련된 유전자 위치와 주요 정보들이 데이터 베이스화, 그 치료제 개발이 앞당겨질 것으로 기대케 한다.

▲생명공학 벤처기업인 마크로젠(대표 서정선 서울대 의대 교수)이 미국의 셀리라사가 서양인 위주의 게놈 지도 초안을 발표한 지 1년만에 완성한 이 성과는 우리의 생명공학 기술도 세계 수준에 접근했음을 시사한다. 더구나 이 지도의 완성본은 내년 2월 쯤 빛을 볼 수 있고, 백인 위주의 게놈 지도와 우리의 그것이 얼마나 다른지도 내년 초쯤 밝혀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어 신약 개발 연구의 활성화를 예고하기도 한다.

▲하지만 '한국인 BAC 클론 지도'로 명명된 이 지도는 유전자가 어디에 얼마나 있는지를 알려주는 가이드에 불과하다고 한다. 염기 서열의 완벽한 분석은 물론 백인과 우리의 유전 정보 차이를 밝히는 연구의 조속한 진척도 요구되고 있다. 마크로젠은 국내외 생명공학업체들과 협력해 이번에 보여준 '밑그림' 위에 우리 모두가 감동하는 '완성된 그림'을 마무리, 고질병으로부터의 해방과 막대한 사회적 손실을 막아주는 시기를 최대한 앞당겨 주기를 기대해 본다.

이태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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