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노선별 장.단점
영화에서나 보았던 오리엔탈 특급이 부산역에 여장을 풀고 부산에서 컨테이너를 실은 화물열차가 광활한 중앙아시아 대륙을 거쳐 유럽까지 간다면 이는 분명 역사적 사건임에 틀림없다. 최근 들어 경의선 복원공사가 지지부진하지만 국민들의 기대가 좀체 식을 줄 모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지금 러시아와 중국은 자국의 철도를 우리 철도(TKR)와 잇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러시아는 노선의 안전성 등을, 중국은 우수한 시설과 천연자원 등을 무기로 우리를 유혹하고 있다. 그러나 TSR(시베리아횡단철도)은 TCR(중국횡단철도)에 비해 1천㎞ 이상 거리가 먼데다 혹독한 기후로 화물에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있고, TCR은 이 노선을 타고 유럽까지 가자면 많은 국경을 지나야 하고 환적을 해야 하는 등 걸림돌이 있다. 두 노선의 장점과 문제점 등을 최종 점검해 본다.이광우.김기진기자
◈FCR(중국횡단철도)
중국과 카자흐스탄 등 중앙아시아 대륙에 묻혀 있는 막대한 천연자원은 실로 군침당기는 존재가 아닐 수 없다. 특히 석유 비철금속 등은 세계 최대 매장량을 자랑한다. 중국은 동서로 대륙을 관통하는 송유관의 완전연결을 목전에 두고 있다. 게다가 사막과 만년설이 공존하는 톈산과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문화유산인 사마르칸트 유적 등은 색다름을 추구하는 관광객들의 발길을 잡기에 전혀 부족함이 없다.
그러나 중국 단둥에서 터키 이스탄불까지 1만여㎞를 답사한 결과 철의 실크로드는 단순히 경의선 복원 하나로는 이뤄질 일이 아니라는 사실을 절감했다.
우선 터키까지 가는데 6개국 이상을 거쳐야 하는 큰 난제가 앞을 가로막았다. 국경마다 세관검사를 해야 하고 중국과 중앙아시아의 철도 궤도폭이 달라 환적을 해야하는 불편이 있다.
공무원 부패도 걸림돌이 아닐 수 없었다. 터키에서 만난 한국 물류업체인 에코비스익스프레스 관계자는 "운임을 아껴보려고 TCR을 통해 컨테이너를 보냈다가 국경을 지나는 사이 물건 절반이 없어진 적이 있다"고 토로했다. 특히 중앙아시아의 경우 지위고하를 불문하고 부패가 일반화 되어 있으니 속수무책이 아닐 수 없다. 국가들간 정치적 갈등도 장애요소중 하나. 우선 투르크메니스탄은 주변국들과 관계가 나빠 거의 홀로서기를 하고 있고, 그루지야~터키는 철도만 깔려 있을뿐 기차가 다니지 않는다.
해상 수송수단의 발달 역시 철의 실크로드를 생각하는 입장에선 분명히 난적. 선박이 대형화 고속화되면서 철도 경쟁력이 날이 갈수록 쇠퇴하고 있기 때문이다. 컨테이너 선박은 부산에서 네덜란드의 로테르담까지 한번에 컨테이너 6천여개(20피트 기준)를 싣고 21일만에 주파할 수 있는데 반해, 철도는 설령 갈 수 있다 하더라도 100여개를 싣고 한달 이상을 가야 한다. 자연히 비용도 선박이 우위.
◈북한-경의선.경원선
TSR이냐 TCR이냐를 놓고 따지지 전에 우리는 먼저 북한의 철도를 생각해야 한다. 철도 전문가들은 북한 철도시설이 일제시대때 수준을 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경의선도 그렇고 특히 TSR과 연결될 경원선은 시설이 낡아 30~40㎞ 이상 속도를 낼 수 없다는 것이다. 물론 경제난 때문이다. TSR이 상대적으로 장점이 많다 하더라도 경원선이 없이는 그 역시 무용지물이다.
북한 철도는 전철화율(62%)은 높은데 복선화율이 2%에 그친다. 마주오는 기차가 지나갈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말인데 이는 철도운송에 있어 심각한 장애요소. 복선화하는 데에만 최소 5조원 이상이 필요하다니 보통 큰 문제가 아니다.
해상운송이 불가능한 러시아, 중국 내륙과 중앙아시아 일부 지역은 그렇다 치고, 경의선(남북 20㎞) 복원 하나로 유럽까지 철의 실크로드를 잇겠다는 단순한 생각은 경계해야 할 대상이다.
◈TSR(시베리아 횡단철도)
TSR은 정치, 외교, 문화, 경제 모든 면에 걸쳐 엄청난 파급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당장은 경제적으로 도움이 될 것이다. 한국측 일부 하주들은 TSR의 경제성을 의심하고 있으나 답사결과 의심의 원인이 상당 부분 해소되고 있었다. 러시아 철도부의 고위 관계자들과 행정관료들은 안전성, 국가간 선로의 폭 차이에 따른 환적, 통관 및 검사, 시설 노후 등의 문제는 '10년전 얘기'라고 단언했다. 이들은 "지난 10년 동안 3천330㎞의 길을 연장하고 기술적 개선을 거듭하는 등 혁신적인 변화를 이루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러시아의 미래를 철로에 걸고 있으며, 한국 철도를 TSR과 연결시키는 문제에 적극적이라는 사실을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이르쿠츠크는 경제적인 측면에서 보았을 때 대표적인 지역이라고 할 수 있다. 동시베리아의 경제적 중심지이자 바이칼호 관광의 기점인 이루쿠츠크는 가스전 사업으로 가슴을 부풀게 하는 곳이다. 이 사업은 도시의 북쪽 450㎞ 지점의 코빅틴스크 가스전을 개발, 배관을 통해 한반도에 천연가스를 끌어오는 것을 말한다. 한국과 러시아는 개발 및 배관 완료 예상시점인 2008~2010년께부터는 한국이 몽골과 중국을 거치는 배관을 통해 30년동안 매년 700만t의 천연가스를 공급받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 경우 한국은 30년간 100억 달러 이상의 경비를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추산된다. 원목, 알루미늄, 석유 같은 원자재도 싼 값에 공급받을 수 있다. 정서적인 측면의 이득도 경제적 측면의 이득에 결코 뒤질 수 없을 것이다.
댓글 많은 뉴스
"재산 70억 주진우가 2억 김민석 심판?…자신 있나" 與박선원 반박
이 대통령 지지율 58.6%…부정 평가 34.2%
트럼프 조기 귀국에 한미 정상회담 불발…"美측서 양해"
김민석 "벌거벗겨진 것 같다는 아내, 눈에 실핏줄 터졌다"
김기현 "'문재인의 남자' 탁현민, 국회직 임명 철회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