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철큰스님은 구차한 변명이나 거짓말을 극히 싫어했던 모양이다. 그저 본대로 느낀대로 단순 명료한 말을 늘 듣길 원했다고 그를 모신 상좌 원택스님은 술회하고 있다. 이 거짓말때문에 맏상좌를 비롯한 몇몇 스님들이 늘 꾸중듣는걸 원택스님은 종종 목격했다고 한다.
성철스님은 절이 돌아가는 상황을 절마당을 바삐 돌아다니는 행자들에게 주로 불쑥 불쑥 묻곤 했다고 한다. 주로 절간의 부엌살림이나 절에 들른 손님들이 누구였는지 등등 소소한 잡사(雜事)들이라고 한다. 행자들에게서 들은 얘기와 조금이라도 틀리게 말하는 상좌스님들에겐 가차없이 호통을 치곤 했다고 한다. 행자들은 절간 생활에 생소하기 때문에 큰 스님말에 그저 본대로 느낀대로 대답하지만 상좌스님들은 큰스님의 마음까지 헤아려 조금 꾸며서 대답한다는게 성철스님의 판단이었던 모양이다. 말하자면 성철스님의 '진실'을 찾아내는 '생활철학'이라고나 할까.
---언어폭력 위험수위
하루는 원택상좌에게 새끼다람쥐가 풀섶에서 노는걸 보고 작은 돌을 찾아 던져 보라고 해 의아하게 여기면서 그렇게 했더니 새끼다람쥐는 달아나기는 커녕 그 돌이 도토리 먹이로 알고 입으로 물었다 굴렸다 야단법석을 떨더라는 것이다. 그 광경을 보고 성철스님은 저 새끼다람쥐가 아직은 천진난만해 저 죽으라고 던진 돌을 먹이로 알고 있지만 저것도 커서 철이 들면 사람 기척만 나도 '나죽는다'면서 달아나는 법이라고 했다고 한다. 성철큰스님의 '인간'을 '자연'에서 터득하는 예지력과 '소박한 철학'이 잔잔한 감동을 자아내게 하는 일화였다.
요즘 우리사회에 위·아래없이 내뱉는 말들이 거짓되고 너무 거칠며 살벌하게만 돌아가는 세태를 보면서 성철큰스님의 진솔함이 새삼 돋보이게 들린다.
그 시발점이 '언론문제'에서 비롯돼서 그런지 국론분열을 걱정할 정도로 말이 너무 많다. 도대체 남의 얘기를 경청하고 그걸 새겨 들으려는 기색은 전혀 안보인다도저히 그런 말을 해서는 안됨직한 사람에게서 육두문자가 튀어나오고 그걸 여과없이 보도하고 방송하는 이런 세태는 분명 잘못된 우리사회의 병폐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이 현상을 놓고 이만섭 국회의장은 교육을 제대로 못받아서 그렇다는 분석을 했다. 듣고보니 암기식 교육이 낳은 병폐라는 생각도 든다. 우리의 학교교육이 무슨 주제를 놓고 진지하게 토론을 거쳐 누구나 승복할 수 있는 결론을 도출해내는 그런 과정은 거의 없었다. 말하자면 민주주의를 실천하며 그 뜻을 익히는 교육이 아니라 '민주주의'라는 어휘의 뜻만 우리는 암기해온 것이다. 그러니 남의 얘기를 듣고 수용하기는 커녕 논리가 부족하고 통하질 않으니까 욕부터 하며 목청을 돋우니 '토론' 그 자체가 무의미하게 돼 버린 것이다. 여기엔 제2의 사회교육기능이라는 관점에서 볼때 말의 매체인 방송의 책임도 크다. 예컨대 '언론세무조사, 탄압인가 조세정의인가'란 주제에 여·야의원을 토론자로 앉혀 놓으니까 싸움밖에 더 될게 없다. 제대로 하려면 정쟁(政爭)으로 첨예하게 의견이 대립된 정치인을 배제하고 제3의 객관적 인물을 선택해야 그런대로 소기의 성과가 나오는 법이다. 더욱 우려되는 건 인터넷 일부 네티즌들의 의견은 이건 숫제 언어폭력집단으로 변질된 느낌마저 주는 현상이다. 여기에 지역이나 직역(職域)이기주의까지 개입하니 '결사반대'나 '적극지지'밖에 애시당초 다른 의견이 나올리 없다. 그야말로 '언어전쟁'이 아니고 뭔가. 익명성탓인지 네티즌들의 문구는 사뭇 욕설과 독설로 얼룩져 아이들까지 그대로 답습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교육부재탓
이걸 적절히 조절하는 원로도, 완충장치도 없다. 참으로 나라장래가 걱정이다. 이러다간 인터넷의 많은 순기능은 사라지고 망국의 욕설장으로 흐르지 않을까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어른들은 욕설로, 아이들은 음란성 채팅이나 게임으로 인터넷은 그렇게 오염돼 가고만 있다. 미국의 대표적 소프트웨어업체인 선마이크로시스팀스 창업자 '빌 조이'는 인터넷 기술 등 신기술의 발전은 30년후 인류종말을 초래할 것이란 예언을 하고 있다. 인간지능을 초월하는 로봇이 스스로 복제능력을 갖추거나 급신장하는 유전자기술로 새생명이 무책임하게 태어나게 되면 원자폭탄보다 더 무서운 '예측불허의 위험'이 닥칠지도 모른다는게 그의 지론이다그에 앞서 우리사회엔 '언어폭력의 폭주로 인터넷서버가 다운되고 있는 상황이다. 문제는 그에대한 대책이 전혀 없다는, 기막히는 현실이다.
'자연'에서 터득한 '인간'으로 살다간 성철큰스님의 삶이 '마지막 행복'일지 모른다.
박창근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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