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을 많이 벌어 고향에 계신 부모님께 효도한다고 했는데 가루가 돼 돌아가다니…".
지난 2일 오후 대구시립화장장. 한 불법외국인노동자의 조촐한 장례식이 치러졌다. 코리아드림에 편승, 지난 97년 산업연수생으로 한국에 왔다 불법체류자가 된 구엔 만 칸(32·NGUYEN MANH CHNH·베트남)씨가 가루가 돼 고향의 품으로 돌아간 것. 대구의 한 자동차부품공장에서 일해온 칸씨는 지난달 26일 밤 작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 잠을 잔 것이 마지막, 다시는 일어나지 못했다. 선풍기를 틀어놓고 잠을 자다 질식사한 것으로 추정되지만 밤잠을 설칠 정도의 무더위에 이불을 덮고 잘 만큼 몸이 좋지 않았다는 것이 동료들의 얘기다.
칸씨는 여느 외국인노동자들과 마찬가지로 금의환향을 꿈꾸며 과로했고 또 최근 끝난 불법체류자 일제단속을 피해 그동안 숨죽여 왔다. 동료 공후이(29·베트남)씨는 "불법체류가 잘못인줄 알지만 남의 나라에서 불법체류자로 살아간다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을 만큼 힘든 생활"이라며 "내년 월드컵 경기를 보고 함께 돌아가자고 했는데…"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더구나 공장이 영세해 위로금은 고사하고 장례비도 낼 형편이 못돼 칸씨의 동료들이 정성을 모아 80여만원을 거뒀으나 300만원의 장례비를 감당하기엔 역부족, 주위를 더욱 안타깝게 했다.
칸씨 뿐만 아니라 지난달 말 조선족 김양수(64)씨가 복막염으로 입원, 현재 중태에 빠져 있고, 안또(26·인도네시아)씨도 지난 6월말 교통사고로 숨지는 등 최근 외국인노동자들의 사고가 잇따르고 있지만 이들은 불법 체류자란 이유만으로 보상도 제대로 받지 못한채 싸늘한 주검이 되어 고향으로 돌아가고 있는 실정이다.
대구외국인노동자상담소 김경태 소장은 "제도적 문제 및 일부 업주들의 횡포로 불법체류자가 양산되고 있고, 죽어가고 있지만 모두가 수수방관 하고 있다"며 "조금이나마 성금을 모아 칸씨의 죽음 및 가족들을 위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호준기자 hoper@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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