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밭 빌려 자식같이 키운 인삼인데 누가 제초제 뿌려 해코지 하니꺼? 억장이 무너질 뿐입니더…" 영주 안정면 조개마을 김상청(49)씨 부부는 요즘 생병이 나 병원에 다니고 있다고 했다. "손이 떠 다른 일도 안돼요. 인삼밭은 쳐다보기도 싫고요".
김씨는 300평당 쌀 3가마씩 주기로 하고 2년 전 이웃으로부터 밭 1천200평을 빌렸다. 지력을 높이려 수단그라스를 심었다 갈아 엎기를 여러 차례. 그리고는 일년생 묘삼을 사다 심었다. 워낙 정성스레 키운 덕분에 이웃들이 농사 잘 지었다고 칭찬이 자자했다.
지난 겨울 폭설 때, 지난 늦봄 지독했던 가뭄 때도 밤낮 안가리고 돌보면서도 힘든 줄을 몰랐다. 인삼은 4년만에 캐므로 내년 가을이면 그 동안 진 빚도 갚을 수 있으리라 기대했기 때문. 한 푼의 인건비라도 아끼려고 70대 노부모까지 나섰다. 그러면서 다른 밭 300평을 빌려 또다른 인삼밭을 일구고는 땅을 가꿔 지난 봄에 묘삼을 또 심었다.
그런데 웬걸? 두 밭 인삼 모두가 지난 4월 말부터 누렇게 변하면서 시들시들 죽어가기 시작했다. 1km나 떨어진 두 밭이 다 그러니 처음에는 이상 고온이나 가뭄 혹은 병해 탓인가 속을 태웠다. 드디어 지난달 초순 인삼을 캐 버린 뒤 갈아 엎고 콩·팥을 심었다. 인삼농사 밑천으로 진 빚 등 1억원 정도가 고스란히 날아간 순간이었다.
한데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콩마저 말라 죽었던 것. 몇 남은 인삼의 뿌리를 뽑아 본 김씨는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죽은 모양이 예사롭잖았던 것이다. 인삼을 다시 심으려면 원인을 알아야겠다며 농업과학기술원에 토양 검사를 의뢰했다.
최근 도착한 토양 검사 결과서는 김씨 부부의 눈을 의심케 했다. 아카시아를 죽이는 맹독성 제초제가 대량 검출됐다는 것이었다. 누군가 고의적으로 해치려 들었음에 틀림 없었다. 원한 살 일도 없었는데 누가 이런 짓을 했을까?
"이젠 인삼이 문제가 아닙니다. 사람이 무섭습니다". 천직으로 알고 묵묵히 농사짓는 마을 사람들이 평안하게 일할 수 있도록 해 달라며 김씨가 눈물을 흘렸다.영주·김진만기자 factk@imaeil.com
댓글 많은 뉴스
"재산 70억 주진우가 2억 김민석 심판?…자신 있나" 與박선원 반박
이 대통령 지지율 58.6%…부정 평가 34.2%
트럼프 조기 귀국에 한미 정상회담 불발…"美측서 양해"
김민석 "벌거벗겨진 것 같다는 아내, 눈에 실핏줄 터졌다"
김기현 "'문재인의 남자' 탁현민, 국회직 임명 철회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