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美軍은 독극물재판에 즉각 응하라

미군측이 군무원 독극물 방류사건 재판을 애매한 SOFA규정을 내세워 거부한 것은 한국을 노골적으로 무시하는 처사로 오만하기 짝이 없는 행태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수도권의 젖줄인 한강에 독극물을 방류한 환경범죄를 저지른 군무원을 그것도 사건이 이미 법원에 기소된 마당에 뒤늦게 거부한다는 것은 법리상으로도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처사이다. 미군측이 재판거부 이유로 '공무집행중의 미군범죄에 대해 제1차 재판권을 갖는다'는 SOFA규정을 내세웠으나 이 규정의 합의의사록에는 '평화시에는 미군이 형사재판권을 갖지 않는다'는 서로 배치되는 조항이 있기 때문에 더더욱 미군측의 거부행위는 설득력을 잃고 있다. 이 사건은 이미 지난 4월에 검찰이 한.미관계를 고려, 비난여론에도 불구하고 500만원에 약식기소했지만 법원이 사안의 중대성을 인정, 정식재판에 회부한 것이다. 미군측이 이 사건 재판관할권을 주장하려면 이때 바로 했어야 했다. 석달이나 지난 시점에 법원이 재판강행 의사를 보이자 이를 거부한 것은 자국인 보호의 극단적 이기심의 발로이며 우리의 사법권까지 침해하는 행태이다.

미군측은 지난 4월에 법무부에 공문으로 이의신청을 했다하지만 검찰이 확인한 바로는 그건 '징계처벌권'을 주장한 것이지 재판관할권이 아니라고 못박고 있다. 이런 일련의 전개과정을 봐도 미군측이 합리적이라고 판단할 요인은 그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다. SOFA규정의 배치되는 조항에 대한 판단도 법원이 법정에서 따져봐야할 사안이라며 법정출두를 미군측에 요구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사안인데 홍보관을 내세워 소장(訴狀)전달까지 거부한 건 오만함까지 엿보이는 행태이다. 이같은 미군측의 행위에 환경단체의 반발은 자칫 반미(反美)감정으로 확산될 조짐이다. 미군측은 즉각 재판에 응하고 정부도 처음부터 안이하게 대처하다가 자초한 화근임을 차제에 깊이 반성해야 하며 애매한 SOFA규정을 반드시 개정해야 할 것이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