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테러용의 빈 라덴 지지자 피랍여객기에 탑승한 듯

미국의 테러 대참사로 전세계가 전례없는 충격에 휩싸여있다. 세계 정치, 경제에 큰 파장을 미칠 테러 참사를 맞아 테러의 배경과 의미,국내외 파장 및 전망등에 관한 특집을 9회에 걸쳐 마련한다. 미국 심장부인 워싱턴과 뉴욕 등에 11일 오전 민간 여객기를 희생양으로 이용한, 상상을 초월한 테러가 발생했다.

지난 41년 일본의 '진주만 공격'에 비유되는 기습적인 동시다발 테러로 수도 워싱턴과 경제중심지 뉴욕의 기능이 완전 마비되면서 미국 전체가 사실상 국가재난에 준하는 초유의 비상사태에 직면했다.

미국과 전세계를 경악 속에 몰아넣은 이번 테러공격은 세계 정치중심지 워싱턴과 미 군사력의 표상 국방부, 자본주의의 상징 세계무역센터 등 미국의 위상을 대표하는 실체들을 목표로 삼았다는 점에서 그 대담성이 충격적이다.특히 미국민들은 세계무역센터가 어이없게 붕괴되고 국방부가 화염에 휩싸이는가 하면 군통수권자인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안전상 이유로 군 기지를 전전하는 사태를 목격하게 되자엄청난 충격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테러의 배후에 대해 미국 수사기관과 언론들은 세계적으로 이름난 테러리스트 오사마 빈 라덴과 팔레스타인해방민주전선(DFLP) 등을 거론하고 있으나 추측일 뿐 확실한 것은아니다.하지만 어떤 테러조직이건 간에 미 수사기관들과 테러분석가들은 이번 사건을자행한 테러리스트들이 미국과 이스라엘의 대(對)중동 강경태도에 불만을 갖고 있는 이슬람 과격단체 소속일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의 심장부 일대에 조직적이면서도 동시다발적으로 대규모 폭탄테러를 감행할 수 있는 조직은 이슬람 과격단체밖에 없다는 것이 판단의 근거이다.그렇다면 이들이 노린 것은 무엇인가. 기본적으로 이들 테러리스트들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피의 보복이 전개되는 과정에서 일방적으로 이스라엘을 두둔한 미국의 태도에 강한 적개심을 품고 테러라는 폭력적 수단을 이용했을 가능성이크다.

이슬람권과 미국 간 가장 최근의 갈등상황은 남아프리카 공화국 더반에서 열린 유엔인종차별철폐회의 나타났다. 미국은 이스라엘을 인종차별국가로 비난하는 선언문 초안을문제삼아 대표단을 철수했고 이런 미국의 친(親)이스라엘적 경향이 팔레스타인의 입장에 동조하는 이슬람 과격단체의 분노를 자극했으며 미국에 대한 피의 보복으로 연결됐을 것이라는것이 전문가들의 추정이다.또 테러리스트들은 이번 공격을 통해 자신들이 미국을 실력으로 얼마든지 응징할 수 있는 능력과 의도가 있음을 공공연히 과시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

이런 배경에서 첫 테러의 대상으로 인구의 11%가 유대계 미국인인 뉴욕주(州), 그것도 미국인들이 '세계의 수도'라고 자부하는 맨해튼 중심가에 위치한 세계무역센터를 공격했을 가능성이 크다.테러가 자행된 11일 역시 제 56차 유엔총회가 개막되는 날로 테러리스트들은 이처럼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는 시점을 테러 감행일로 치밀하게 선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은 일단 이번 테러에 분노에 가득찬 반응을 보였다. 부시 대통령은 11일 저녁 TV로 중계된 대국민 연설에서 '강한 분노를 느낀다'면서 '미국은 사악한 행위의 배후자들과 이들을 보호하는 어떤 국가에 대해서도 보복할 것'이라고 응징을 다짐했다.그러나 사태는 단순한 응징으로 해결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 우선 공격을 가한 실체와 테러명분, 요구조건, 반격대상 추적겭稚?등을 놓고 '얼굴없는 적'과 보이지 않는전쟁을 치러야 한다. 워싱턴과 뉴욕에 대한 테러가 단순 1회성 사건으로 '화요일의 재앙'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는 테러와 응징으로 이어지는 '보복의 악순환'의시작일 수 있다는 가능성을 결코 배제할 수 없다.

또 일본의 진주만 공격 이래 외부로부터 최대, 최악의 공격을 받으며 국방부 청사마저 테러에 대한 취약점을 드러냄으로써 미국은 세계 초강대국으로서의 자부심에 흠집이 난 것과 동시에 지도력도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즉 그간 세계 정치, 경제를 좌지우지하는 유일한 초강대국으로 미국의 역할에 대한 우방들의 재검토가 이뤄질수 있다는것이다.

부시 대통령은 경기침체와 미사일방어체제 추진 등 국정현안을 놓고 부심하는 사이 돌연 테러공격이라는 국가적 악재를 만났다. 일단 미국은 초강경 대응을 통해미국민과 우방들을 안심시키려 할 것이다.

'위기는 기회'라는 말처럼 부시 대통령이 위기를 딛고 명실공히 미국의 잠재력을 깨워 재난을 극복한 미국의 지도자로서 새롭게 부상할지 아니면 혼란 속에 국가의 방향을 잡지 못할지, 향후 부시 대통령과 미 행정부의 위기대처 능력에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서울연합)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